루돌프 2세 신성로마제국 황제는 정치에 영 소질이 없었다. 군사와 외교 분야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반복했다. 끊임없는 반란에 시달리다 결국 동생에게 하극상을 당해 옥사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여러 업적을 남겼다. 1583년 제국의 수도를 빈(오스트리아)에서 프라하(체코)로 옮긴 뒤 전 유럽의 예술가들을 불러 모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이때의 유산은 지금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의 막강한 위상을 세우는 토대가 됐다.

‘보석 모자이크’ 방식으로 만든 ‘요새 다리와 물레방아가 있는 풍경’은 이 시기 루돌프 2세가 수집한 작품이다. 16세기 후반~17세기 초 활동한 예술가 조반니 카스트루치가 보석 판들을 깎은 뒤 조립해 제작했다. 피렌체(이탈리아)에서 대대로 보석 모자이크를 만들던 그의 가문은 아버지 대에 프라하로 공방을 옮긴 뒤 수많은 걸작을 쏟아냈다. 마노와 보헤미아 지역에서만 나는 벽옥을 사용해 은은한 색채를 낸 이 작품이 단적인 예다.

루돌프 2세는 이런 풍경 작품을 주로 가구 위에 놓아 장식했다. 이후 황실 창고에 보관돼 있던 작품은 빈미술사박물관 소장품이 됐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