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롯데케미칼이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합니다.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건설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재무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되는데요.

증자 성공 가능성을 두고 시장에서 여러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오늘 롯데케미칼 주가는 상승 마감했네요?

<기자>

네,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 수 증가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 롯데케미칼 주가는 4.19% 상승 마감했습니다.

이번에 롯데케미칼은 1조 1,0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데요.

이번 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 비율은 25% 수준입니다.

증권가에선 "부담스럽다"는 평가와 함께 단기적인 주가 급락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는데요.

이러한 전망과는 다르게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앵커>

이례적인 주가 흐름인데요. 이유가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우선 오늘 진행한 유상증자 관련 기업설명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롯데케미칼은 자금난을 겪는 롯데건설에 자금 지원을 해왔습니다.



지난달 5천억 원의 자금을 대여한데 이어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약 876억 원을 출자할 예정이고요. 자회사 롯데정밀화학도 3천억 원을 단기 대여했습니다.

다 합치면 대략 9,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가 롯데건설에 대한 추가 자금 투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는데요.

롯데케미칼은 오늘 롯데건설과 관련한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은 일축했습니다.

대여금 만기일이 내년 1월 18일인 만큼 현재까진 만기 연장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고요.

롯데건설의 자금난도 어느 정도 해소됐고, 긴급한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 마련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로 인수 대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이번 유상증자의 주목적은 국내 2위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 2조 7천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유상증자 자금 중 6,050억 원을 인수 대금으로 쓸 계획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이 자금을 포함한 내부자금으로 1조 원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하며, 나머지 1조 7천억 원은 외부에서 차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차입금에 대해선 현재 금융기관들과의 협의가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연말 기준으로 확답을 받을 계획이라는 설명입니다.

<앵커>

증자를 통해 무리 없이 인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인데, 일각에선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달만해도 롯데케미칼은 내부 자금과 일부 차입을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3분기 실적 관련 기업설명회에서 강종원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외부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권에서 LOC(본입찰) 접수를 받을 예정이고 금융 기관과의 접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무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돈 많으니 걱정말라"는 식이었는데요. 한 달만에 말을 바꾼 겁니다.

이 때문에 이번 기업설명회 내용에 대해서도 시장은 의문을 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달만에 했던 말을 번복하는 현상을 두고, 투자자들에게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거냐는 비판도 나오고요.



한 달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롯데그룹의 자금사정이 불확실성이 크다고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

증자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점쳐지고 있습니까?

<기자>

네, 롯데케미칼은 내년 1월 19일 주주를 대상으로 1차 청약을 진행하고, 이후 일반공모에 나선다는 방침인데요.

오늘 기업설명회에서 최대 주주인 롯데지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계열사에 자금 지원을 해주다 재무 부담이 악화된 것인데, 그룹 차원의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고요.

롯데케미칼의 1차 예정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13만 원입니다.

2차 발행가액은 내년 1월 16일 산정되는데요.

최종 발행가액은 두 수치 중 더 낮은 금액으로 확정되기 때문에 향후 주가가 하락하면, 최종 조달 규모는 1조 1,050억 원을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선 롯데케미칼이 주주들에게 돈을 끌어모아 신동빈 회장 사익을 위해 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잇따르면서, 신 회장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데요.

과거 삼성의 사례를 언급한 건데요.

지난 2016년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미청약분이 발생하면 최대 3천억 원 한도 내에서 일반 공모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요.

청약 결과 실권주가 적어서 실제 당시 이 부회장이 청약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유상증자 성공을 위해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습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김예원기자 yen88@wowtv.co.kr
결국 주주에 손 벌린 롯데케미칼…"신동빈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