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도 서울은 괜찮지 않을까요?"

서울 집값이 전방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분양시장에 나온 신축 단지 청약에는 실수요자들이 청약 통장을 던지면서 높은 경쟁률이 나오고 있다. 서울은 항상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이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청약 경쟁률보다는 계약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리 인상으로 중도금 대출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고 분양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당첨자들이 입주 시점까지 내다보고 계약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5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은 336가구 모집에 2783명이 도전해 평균 경쟁률 8.31대 1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은 기록한 면적대는 전용면적 100㎡B형으로 4가구 모집에 47명이 도전해 경쟁률 11.75대 1이 나왔다.

이보다 앞서 하루 전인 14일엔 강동구 둔촌동 '더샵 파크솔레이유'가 53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을 진행해 831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15.67대 1이 나왔다. 이 단지 최고 경쟁률은 전용 59㎡A로 2가구 모집에 144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72대 1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서울에 공급되는 단지에 수요자들이 몰린 이유는 서울이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려서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급량은 2만3860가구다. △2023년 2만2485가구 △2024년 1만2805가구 △2025년엔 1830가구다.
한 아파트에 분양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아파트에 분양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파트실거래가에서 추정한 서울 수요를 채우기 위한 적정 공급량은 4만7218가구인데 향후 3년 동안 이에 턱없이 모자라는 공급이 계속되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은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수요자들이 주로 청약을 넣었고, '더샵 파크솔레이유'는 '둔촌주공' 재건축 일반 청약에 당첨되기 어려운 수요자들이 많이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높은 경쟁률에도 분양 성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전히 금리가 고공행진 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 계속되자 청약에 당첨되고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양정자이더샵SK뷰'는 540가구를 모집하는데 3만1793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58.87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청약을 포기한 당첨자들이 나오면서 122가구를 대상으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현재는 무순위 당첨자와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 사무소.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 사무소. 사진=뉴스1
분양 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계약률"이라면서 "경쟁률이 아무리 높게 나와도 요즘 같은 분양 시장에선 당첨을 포기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어 높은 경쟁률이 얼마나 계약률로 이어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하반기(7~11월) 청약 경쟁률은 7.35대 1로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상반기 29.84대 1의 4분의 1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작년 하반기(227.99대 1)와 비교하면 30배 넘게 줄어들었다.

서울 미분양 아파트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민간 미분양 주택은 총 866가구로 집계됐다. 전월인 9월 719가구보다 147가구(20.44%) 늘어난 수준이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같은 기간 187건에서 210건으로 늘어 23건(12.29%) 늘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