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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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과거에 사용하던 휴대폰에서 전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발견한 남편이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 아내는 남편이 사생활을 침해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21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 결혼 2년 차 신혼을 즐기던 남편 A 씨의 이같은 사연이 공개됐다.

A 씨에 따르면 그는 몇 달 전 주말 청소를 하던 중 서랍에서 아내의 오래된 휴대폰을 발견했다. '열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했던 A 씨는 충전기를 연결해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

A 씨는 휴대폰 사진첩에 아내가 과거 2년 정도 교제한 전 남자친구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고 전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하려던 중, 사진첩에서 아내와 전 남자친구의 성관계 영상을 발견했다.

A 씨는 "적나라한 성관계 영상에 크게 충격을 받았는데, 제가 알던 아내가 아닌 것 같았다"며 "이후 아내를 예전처럼 대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특히 A 씨는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아내가 성관계 영상이 담긴 휴대폰을 아직까지 보관했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아내는 A 씨의 달라진 태도에 대화를 시도했고, A 씨는 결국 휴대폰을 봤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아내는 A 씨가 휴대폰을 몰래 봤다는 사실에 더 크게 분노하면서 "사생활을 몰래 봤으니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A 씨는 "두 사람의 다툼은 매일 심각해지고 있고,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라면서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이런 과거가 이혼 사유가 될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안미현 변호사는 먼저 A 씨의 아내가 혼인 중에 전 남자친구와 성관계하거나 영상을 촬영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 '부정한 행위'에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이 계속 원인이 돼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다가 신뢰 관계가 훼손했을 때는, 민법 제840조 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재판상 이혼 사유를 주장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 변호사는 아내가 휴대폰을 몰래 본 A 씨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 도용 또는 누설해선 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며 "이 성관계 영상 자체도 위 법에 따라서 보호받는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A 씨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유책배우자가 누가 될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는 "감정적인 부분은 완전히 배제하고 법률적으로만 봤을 때, 사연 속 남편과 아내가 이혼에 이르는 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A 씨"라며 "아내가 결혼 전 다른 남성과 교제했던 사실을 고지해야 할 법률적 의무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기록이 남은 휴대폰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던 아내의 행동에도 아쉬움은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것은 A 씨가 아내의 휴대폰에 몰래 접속해서 아내의 비밀을 침해했기 때문"이라며 "굳이 법률적으로 책임을 따져보자면 원인을 제공한 A 씨에게 조금은 더 책임이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