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TPO도 지키지 않고 있어"
"슬리퍼 신고 취재 나선 기자 없었다"
배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MBC 슬리퍼 사태'를 지켜보며 착잡한 마음이 든다"며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진심과 노력을 무례와 몰상식의 빌미로 악용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배 의원은 "대통령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은 5년간 무소불위인 권력자라서가 아니다"며 "국민이 선택하고 국민이 권위를 부여한 국민의 1등 대리자, 즉 국민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전 대통령 어느 분께도 슬리퍼를 신고 취재에 나선 기자는 없었다"며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 언론사 간 보도 협의에 대한 준수 원칙, 취재원·취재진 간의 존중, 그 어느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는 당사자들이 더 이상 언론 자유를 방종의 방패로 삼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도어스테핑 당시 윤 대통령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이유에 대해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히자 MBC 기자는 "뭐가 악의적이냐"고 공개 항의했다. 당시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기자는 대통령실 비서관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MBC 기자의 이 같은 언행과 복장을 두고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실의 풍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박근혜 정부) 대변인 시절에도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인터뷰하는 경우에는 모든 출입 기자들이 넥타이도 갖추고 제대로 정자세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흡연실에도 슬리퍼 끌고 나오지는 않는다"며 "완전 함량 미달"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한다면, 그건 권리행사가 아니라 횡포"라고 덧붙였다.
기자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때 대통령 뒤통수에 대고 소리 지르고 비서관과 고성으로 싸운 MBC 기자. 대통령이 얘기할 때 팔짱이야 뭐 낄 수 있겠지만, 슬리퍼를 신고 온 건 뭐라 해야 할까"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건 너무 무례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과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권의 비판으로부터 MBC 기자를 엄호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기차 안에서 구둣발을 올렸는데도 사과하거나 성찰하지 않았다"며 "실내에서 실내화를 신는 게 문제냐"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권을 향해 "그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보다"라며 "신발을 던진 것도 아니고 신발을 신었는데 그게 왜 문제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발을 구두를 신었든 슬리퍼를 신었든 그게 무슨 트집 잡을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