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比)회원국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가 원유 증산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OPEC+가 원유 증산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OPEC+의 한 관계자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다른 회원국들이 다음 달 OPEC+ 회의를 앞두고 하루 최대 50만 배럴 증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 달 증산이 이뤄지면 OPEC+는 두 달 만에 감산 결정을 번복하게 된다. 지난달 회의에선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냉랭해졌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억제하려는 미 정부의 노력을 무산시켜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 달 증산으로 미국과의 화해 의사를 내비쳤다는 해석이다. 지난 17일 미 정부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면책 특권을 인정한 바 있다. 미국 정부도 빈 살만 왕세자의 입지를 강화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에 따르면 OPEC+는 다음 달 4일 원유 생산량을 결정할 방침이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다음 달 OPEC+ 회의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와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가 시행되기 하루 전에 개최되는 셈이다. 그러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감산도 가능하다”며 증산 논의에 대한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날 증산 보도가 나온 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 브렌트유 장중 각 5달러 이상 급락하며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하지만 사우디가 해당 보도를 부인하자 유가는 초반 하락에서 반등했다. 12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35달러(0.44%) 하락한 배럴당 79.73달러에 마감했고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0.17달러 떨어진 배럴당 87.45달러를 기록했다.

급락은 막았지만 WTI 가격은 11월 첫째 주 이후 10% 이상 내려앉았다. 유가 하락기에 증산을 고려하는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OPEC+ 관계자는 “겨울철은 원유 소비가 증가하는 시기라 이에 대응하려 증산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내년 1~3월 원유 수요는 하루 1억 130만배럴로 전년 대비 하루 169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증산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 유가가 더 떨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돼 원유 수요가 둔화할 거라며 올해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보다 10달러 낮춘 배럴당 100달러를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의 원자재 분석팀은 “중국의 봉쇄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의 수요가 하루 120만 배럴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며 “중국의 봉쇄는 OPEC+가 하루 200만 배럴 생산 감축을 결정한 수준의 영향력을 지닌다”고 관측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