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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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한 메리츠그룹 3사가 상한가로 치솟으면서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주주친화 기업들이 재평가 받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주친화 끝판왕 어디?

22일 메리츠금융지주는 가격제한폭(29.91%)까지 오른 3만4750원에 마감했다. 메리츠화재(29.97%)와 메리츠증권(29.87%)도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는 비상장사로 전환한다.

이와 함께 최소 3년 이상 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7000억원(작년 실적 기준) 가량이 주주환원에 투입되는 셈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소액주주 보호 제도가 강화되면서 주주친화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며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 기업들이 재평가 받기 좋은 환경이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SK(주)는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SK그룹은 계열사 최고경영자 성과평가(KPI)에 주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한다. 계열사들의 주가가 오르면 지주사인 SK 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작년 12월 SK(주)는 코스닥 시총 8위였던 SK머티리얼즈를 흡수합병했다. 자회사 중복 상장을 없애 기업가치를 높인 것이다. 지난 3월에는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을 자사주로 매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내년 3월까지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략 소각할 예정이다.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3.94%다.

LS·POSCO홀딩스도 주목

LS, POSCO홀딩스, KB금융, 신한지주 등도 주주친화 기업으로 꼽힌다. LS는 주력 자회사인 LS니꼬동제련, LS전선, LS아이앤디, LS엠트론 등을 비상장 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이들 자회사는 LS그룹 전체 매출의 76% 이상을 차지한다.

지주사는 자회사 중복 상장에 따라 디스카운트를 받는다. LS는 비상장사가 대부분이라 할인을 받을 요인이 없다는 분석이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LS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8배로 저평가 상태다. 지난 8월에는 19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KB금융은 올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했다. 신한지주도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 중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높이고,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높이기 때문에 주주 친화 정책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POSCO홀딩스도 올해 672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POSCO홀딩스가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KT&G는 작년부터 향후 3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2조7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자사주 매입에 3500억원을 사용한다.

주주친화적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됐다. BNK자산운용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동시에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BNK 주주가치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상장 주식수 대비 자사주 매입량이 많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