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북 제재 '트리거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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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의 방아쇠, 촉매제를 뜻하는 ‘트리거(trigger)’는 어떤 사건에 반응해 자동으로 필요한 동작을 실행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용어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등장한 것은 2017년 12월 22일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에서다. 북한이 그해 9월 3일 6차 핵실험에 이어 11월 1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호를 발사한 데 따른 제재였다.
결의엔 정유제품 공급 한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감축, 해외 진출 북한 노동자 전원 본국 송환,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광물과 금속류·농산품 추가, 북한 선박에 대한 나포·검색 강화 등이 담겼다. 연간 400만 배럴이던 대북 원유 공급량은 동결됐다. 결의 끝 부분엔 트리거 조항이 담겼다. ‘북한의 핵실험 또는 ICBM 발사 등 추가 도발 시 안보리가 원유 등 유류 공급을 제한하는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트리거 조항은 미국과 중국 간 타협의 산물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한 것은 북한의 ‘괘씸죄’ 때문이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시진핑 주석이 공을 들인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중국에서 개막한 날 이뤄졌다. 중국의 사전 경고에도 북한이 잔칫날에 재를 뿌린 격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북한의 숨통을 바짝 조일 원유 제재 확대엔 반대했다. 북한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가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협상 끝에 ‘도발 땐 자동 감축’ 조항을 넣고 원유 동결 수준에서 합의한 뒤 중국도 결의에 동참했다.
그러던 중국이 올 들어 북한의 잇단 ICBM 도발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북한의 ICBM 발사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어제 안보리가 열렸으나 지난 5월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빈손으로 끝났다. 두 나라는 북한의 도발을 대규모 한·미 훈련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위기 원인 제공자는 북한인데 궁색하기 짝이 없다. 중국은 트리거 조항 준수는커녕 대북 제재 완화까지 주장했다. 중·러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대미 관계의 지렛대로 여길 뿐이다. 이러고도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이 있나.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결의엔 정유제품 공급 한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감축, 해외 진출 북한 노동자 전원 본국 송환,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광물과 금속류·농산품 추가, 북한 선박에 대한 나포·검색 강화 등이 담겼다. 연간 400만 배럴이던 대북 원유 공급량은 동결됐다. 결의 끝 부분엔 트리거 조항이 담겼다. ‘북한의 핵실험 또는 ICBM 발사 등 추가 도발 시 안보리가 원유 등 유류 공급을 제한하는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트리거 조항은 미국과 중국 간 타협의 산물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한 것은 북한의 ‘괘씸죄’ 때문이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시진핑 주석이 공을 들인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중국에서 개막한 날 이뤄졌다. 중국의 사전 경고에도 북한이 잔칫날에 재를 뿌린 격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북한의 숨통을 바짝 조일 원유 제재 확대엔 반대했다. 북한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가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협상 끝에 ‘도발 땐 자동 감축’ 조항을 넣고 원유 동결 수준에서 합의한 뒤 중국도 결의에 동참했다.
그러던 중국이 올 들어 북한의 잇단 ICBM 도발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북한의 ICBM 발사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어제 안보리가 열렸으나 지난 5월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빈손으로 끝났다. 두 나라는 북한의 도발을 대규모 한·미 훈련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위기 원인 제공자는 북한인데 궁색하기 짝이 없다. 중국은 트리거 조항 준수는커녕 대북 제재 완화까지 주장했다. 중·러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대미 관계의 지렛대로 여길 뿐이다. 이러고도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이 있나.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