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比)회원국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가 다음달 회의에서 원유 증산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OPEC+가 원유 증산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OPEC+ 관계자는 WSJ에 “사우디와 다른 회원국들이 다음달 OPEC+ 회의를 앞두고 하루 최대 50만 배럴 증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달 증산이 이뤄지면 OPEC+는 두 달 만에 감산 결정을 번복하게 된다. 지난달 회의에선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냉랭해졌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미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어서다. 사우디가 다음달 증산으로 미국과의 화해 의사를 내비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OPEC+ 회의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와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가 시행되기 하루 전인 다음달 4일 열린다. 다만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감산도 가능하다”며 증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날 증산 보도가 나온 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북해 브렌트유는 장중 각 5달러 이상 급락하며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하지만 사우디가 해당 보도를 부인하자 유가는 초반 하락에서 반등했다. 12월물 미국 WTI는 전 거래일 대비 0.35달러(0.44%) 하락한 배럴당 79.73달러에 마감했고,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0.17달러 떨어진 배럴당 87.45달러를 기록했다.

증산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 유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돼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며 올해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보다 10달러 낮춘 배럴당 100달러를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봉쇄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의 수요가 하루 120만 배럴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