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4년 만에 500억…'제2의 애플' 꿈꾸는 양정호 앳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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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출신 1993년생 CEO
"어린 놈이 뭘 아느냐"라며 면박 주기도
"계약서 볼줄 몰라 손해 입은 적도 많아"
상품기획팀 꾸리고 자체 개발 나서
"어린 놈이 뭘 아느냐"라며 면박 주기도
"계약서 볼줄 몰라 손해 입은 적도 많아"
상품기획팀 꾸리고 자체 개발 나서
운동을 좋아해 헬스 트레이너를 꿈꿨지만 월 200만원 월급으로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건 불가능했다. 창업만이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라는 생각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20대 창업자에게 현실은 냉정했다. 복잡한 계약서를 볼 줄 몰라 사기를 당하고 판매권도 빼앗기며 창업의 쓴맛을 톡톡히 봤다. '나이도 어린놈이 뭘 아느냐'며 무시 당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낙담하고 있던 중 우연히 본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광고를 보고 "이거야"하며 무릎을 탁 쳤다. 모든 LED 마스크 제조사 문을 두드린 끝에 한 곳으로부터 받은 회신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판매가로 대기업 제품의 1/4 가격인 20만원을 책정한 게 시장 성장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반을 다졌다. 창업 4년 만에 연 매출 500억원을 바라보는 앳홈 양정호 대표 얘기다.
양 대표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무자본 창업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에서 문어숙회 판매자를 찾는다는 글을 보고 무작정 포항을 찾았다. 현지에서 생산된 문어숙회를 전국에 판매하며 장사를 배웠다. 절박함으로 시작한 사업은 꽤 잘됐지만 고생하는 것에 비해 손에 쥐는 건 얼마 없었다.
어느 날 양 대표는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TV광고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대기업이 진출했기 때문에 LED 마스크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직감했다. 즉시 국내 모든 LED 마스크 제조사에 연락을 했고 딱 한 군데에서 회신을 받았다. 문제는 또 돈이었다. 제품을 사입할 자금이 없었던 것. 그는 처음 본 LED 마스크 제조사 업체 대표에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업체 대표는 결국 제품값을 정산 후에 치르겠다고 허락했다. 어렵게 사업판을 벌인 양 대표가 책정한 판매가는 20만원. 대기업 제품의 1/4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제품이 하루에 100개 넘게 팔려나갔다. 쉴 시간이 없었지만 힘든 줄 몰랐다. 인건비를 아끼려 택배 포장, 마케팅, 소비자 응대를 혼자 도맡았다.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까워 끼니는 시리얼로 때우기 일쑤였다.
LED 마스크 판매 경험을 쌓은 양 대표는 가전으로 사업 방향을 정하고 소형 가전 시장을 주목했다. 1인 가구가 1000만명에 달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봤다. 시장 조사 후 2019년 요리가전 '키첸', 2020년 로봇청소기 '클리엔', 음식물처리기 '웰싱'을 출시해 연이어 성공시켰다.
앳홈은 지난 5월 '미닉스 프로'를 출시하며 상품성을 더 끌어올렸다. 시장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건조 시간 단축(강력모드 추가) △옷감 손상율 제로화(울/섬세 모드 추가) △의류관리 기능 탑재(의류관리 기능 추가) △통 내부 시인성 강화(LED조명 추가) △다양한 색상 추가(클래식베이지, 네이처그린 추가)를 원했다. 미닉스 프로는 출시 이후 3개월동안 매달 전월대비 판매량이 40%씩 급증했다.
앳홈 매출은 창업 첫 해 62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140억원, 2020년 207억원을 거쳐 지난해 470억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 첫 해와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은 8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영업이익은 2018년 20억원을 기록한 뒤 2019년 23억원, 2020년 29억원, 지난해 37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흑자 폭도 키우고 있다.
편견을 딛고 앳홈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양 대표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제품을 자체 개발해 시장에 내놓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브랜드사에서 개발사로 체질 변화를 꾀해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양 대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해 자체 제품을 늘릴 계획"이라며 "애플처럼 설계와 디자인 등 핵심은 내부에서, 제조는 외부 업체에 맡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앳홈은 최근 상품기획팀을 꾸렸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의류관리기, 유아가전(젖병소독기, 분유포트) 등을 개발 중이다. 경기 파주에 대규모 품질연구소도 설립했다. 내년에는 피부과 1/10 가격의 홈에스테틱 제품과 층간 소음 걱정없이 운동할 수 있는 스피닝바이크도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 개발 제품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이다.
앳홈은 상품기획, 디자인, 마케터, MD 등 다양한 직무의 신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공고문은 양 대표가 직접 썼다. 그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화가 중요해졌다"며 "올 상반기에만 35명을 채용했고 연말에는 직원수가 지난해의 3배인 7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낙담하고 있던 중 우연히 본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광고를 보고 "이거야"하며 무릎을 탁 쳤다. 모든 LED 마스크 제조사 문을 두드린 끝에 한 곳으로부터 받은 회신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판매가로 대기업 제품의 1/4 가격인 20만원을 책정한 게 시장 성장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반을 다졌다. 창업 4년 만에 연 매출 500억원을 바라보는 앳홈 양정호 대표 얘기다.
지독한 가난 벗어나기 위해 창업 결심
양 대표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성공에 대한 갈망이 컸다"며 "창업 외 다른 선택지가 없어 군전역 후 집에서 1인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입을 열었다.양 대표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무자본 창업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에서 문어숙회 판매자를 찾는다는 글을 보고 무작정 포항을 찾았다. 현지에서 생산된 문어숙회를 전국에 판매하며 장사를 배웠다. 절박함으로 시작한 사업은 꽤 잘됐지만 고생하는 것에 비해 손에 쥐는 건 얼마 없었다.
어느 날 양 대표는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TV광고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대기업이 진출했기 때문에 LED 마스크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직감했다. 즉시 국내 모든 LED 마스크 제조사에 연락을 했고 딱 한 군데에서 회신을 받았다. 문제는 또 돈이었다. 제품을 사입할 자금이 없었던 것. 그는 처음 본 LED 마스크 제조사 업체 대표에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업체 대표는 결국 제품값을 정산 후에 치르겠다고 허락했다. 어렵게 사업판을 벌인 양 대표가 책정한 판매가는 20만원. 대기업 제품의 1/4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제품이 하루에 100개 넘게 팔려나갔다. 쉴 시간이 없었지만 힘든 줄 몰랐다. 인건비를 아끼려 택배 포장, 마케팅, 소비자 응대를 혼자 도맡았다.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까워 끼니는 시리얼로 때우기 일쑤였다.
LED 마스크 판매 경험을 쌓은 양 대표는 가전으로 사업 방향을 정하고 소형 가전 시장을 주목했다. 1인 가구가 1000만명에 달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봤다. 시장 조사 후 2019년 요리가전 '키첸', 2020년 로봇청소기 '클리엔', 음식물처리기 '웰싱'을 출시해 연이어 성공시켰다.
미니 건조기 '미닉스' 초대박 나서 매출 급증
앳홈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지난해 3월 선보인 미니 건조기 '미닉스'의 공이 컸다. 미닉스는 출시 1년5개월 만에 6만대 넘게 팔리며 대기업·중견기업 제품을 제치고 미니 건조기 시장 누적판매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미니 건조기는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거실이나 방에 두고 쓰는 경우가 많지만 타 제품들은 실용성이 취약했고 소비자 응대 등 사후 관리 체계도 부실했다. 소비자 불편을 개선한 미닉스는 불티나게 팔렸다.앳홈은 지난 5월 '미닉스 프로'를 출시하며 상품성을 더 끌어올렸다. 시장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건조 시간 단축(강력모드 추가) △옷감 손상율 제로화(울/섬세 모드 추가) △의류관리 기능 탑재(의류관리 기능 추가) △통 내부 시인성 강화(LED조명 추가) △다양한 색상 추가(클래식베이지, 네이처그린 추가)를 원했다. 미닉스 프로는 출시 이후 3개월동안 매달 전월대비 판매량이 40%씩 급증했다.
앳홈 매출은 창업 첫 해 62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140억원, 2020년 207억원을 거쳐 지난해 470억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 첫 해와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은 8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영업이익은 2018년 20억원을 기록한 뒤 2019년 23억원, 2020년 29억원, 지난해 37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흑자 폭도 키우고 있다.
브랜드사 → 개발사 체질 변화 꾀하는 중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양 대표는 사업 초반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복잡한 계약서를 볼 줄 모르니 상대방 업체 쪽에 유리한 조항만 잔뜩 넣은 경우도 있었고, 인기 제품 판매권을 뺏기기도 했다"며 "'나이도 어린 놈이 뭘 아느냐'라며 색안경을 낀 사람들도 많았다"고 털어놨다.편견을 딛고 앳홈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양 대표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제품을 자체 개발해 시장에 내놓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브랜드사에서 개발사로 체질 변화를 꾀해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양 대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해 자체 제품을 늘릴 계획"이라며 "애플처럼 설계와 디자인 등 핵심은 내부에서, 제조는 외부 업체에 맡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앳홈은 최근 상품기획팀을 꾸렸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의류관리기, 유아가전(젖병소독기, 분유포트) 등을 개발 중이다. 경기 파주에 대규모 품질연구소도 설립했다. 내년에는 피부과 1/10 가격의 홈에스테틱 제품과 층간 소음 걱정없이 운동할 수 있는 스피닝바이크도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 개발 제품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이다.
앳홈은 상품기획, 디자인, 마케터, MD 등 다양한 직무의 신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공고문은 양 대표가 직접 썼다. 그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화가 중요해졌다"며 "올 상반기에만 35명을 채용했고 연말에는 직원수가 지난해의 3배인 7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