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한전채 발행 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한국전력공사법 일부 개정안이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김병언 기자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김병언 기자
현행 제도상 한국전력이 발행하는 채권인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로 제한되는데, 이 한도를 5배까지 올려주는 게 골자다. 경영위기 상황의 경우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사채 발행 한도를 6배까지 늘릴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이 경우 산업부 장관은 이러한 사실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즉각 보고하도록 했다.

한전은 올해에만 30조원 내외의 적자가 예상된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누적된 적자의 여파로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 규모는 △올해 45조9000억원에서 △2023년 14조7000억원 △2024년 3조20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드는 반면 예상 사채 발행액은 △올해 약 70조원에서 △2023년 110조원 △2024년 150조원 내외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을 기준으로는 필요한 만큼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위법이 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한전이 내년 3월 결산에서 한전법을 위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한전채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 뿐 아니라 공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파산 가능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2024년의 경우 예상되는 자본금 및 적립금 규모(3조2000억원) 대비 회사채 발행 규모(150조원) 배율은 47배에 달한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긴급 경영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경우에는 산업부 장관 승인시 한도 제한 없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적자 늪에 빠진 한전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결정이지만, 채권 시장 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도 한전채가 '자금시장의 블랙홀'이 된 상황에서 발행 한도가 늘어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