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우아한 자태 강렬한 색상…메디치가 사랑한 바니니
오타비오 바니니(1585~1643)는 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귀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화가다. 이 시기 서양 회화 대부분이 사실적이지만, 그중에서도 바니니의 그림은 특출난 생동감을 자랑한다. 2007년 미국 밀워키미술관에서 그가 그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비드’를 보고 정신이상을 일으켜 그림을 걷어찬 관객이 나왔을 정도다.

‘우물가의 리브가와 엘리에셀’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묘사한 그림이다. 아브라함은 시종 엘리에셀에게 자신의 아들 이삭의 신붓감을 골라오게 시켰고, 엘리에셀은 신의 계시로 우물가에서 이삭의 아내가 될 리브가와 마주친다. 바니니는 주인공들의 고전주의 조각상 같은 자세와 강렬한 색채를 통해 고요한 계시의 순간을 묘사했다.

‘르네상스의 주역’ 메디치 가문은 바니니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1625년 합스부르크 가문의 레오폴트 대공에게 시집가는 클라우디아 데 메디치의 혼수품으로 제작돼 1626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 도착했다. 1773년에는 빈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