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 서방 국가에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국제 석탄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무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호주 뉴캐슬 국제상품거래소(ICE)에서 석탄 선물가격(내년 1월물)은 t당 전 거래일보다 1.1% 하락한 347.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5% 상승한 뒤 하루 새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12개월 동안 가격이 120% 오른 수치다.

호주 석탄 가격은 지난 10일 t당 280달러까지 떨어진 뒤 대폭 상승한 모습이다. 유럽 로테르담 석탄 선물(내년 1월물) 가격도 t당 24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달 초 180달러 수준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1년 t당 139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석탄 가격은 올해 경신됐다.
에너지 위기 찾아오자 다시 불어난 석탄수요 [원자재 포커스]
석탄 생산량이 줄어들 거란 전망에 가격이 연일 오름세다. 호주에선 강우와 홍수 등을 불러오는 라니냐 현상이 올해 평년보다 심해질 전망이다. 호주의 올해 열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0만t 줄어든 183만t을 기록할 거라는 분석이다.

생산이 정체되는 동안 수요는 폭증했다. 중국, 인도 등에 비해 수요량이 적었던 유럽이 석탄을 대거 사들이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려 석탄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2008년 네덜란드 국제상품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석탄 가격은 t당 224달러를 맴돌았다. 2021년에는 1년 동안 석탄 가격이 t당 100달러를 넘긴 적이 없다. 탄소 배출을 억제하겠다는 목표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쳐서였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석탄 가격은 올해 t당 465달러를 돌파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석탄을 활용한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1~9월 유럽의 화력발전소 전력 생산량은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석탄 가격의 방향을 중국이 결정할 거란 분석이다.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경기침체 전조증상이 보여서다. 중국의 소비가 되살아나면 생산량이 폭증할 거란 설명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세계 석탄 생산량은 2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대부분 아시아에서 늘어난 것으로, 중국의 경기침체에 돌입하지 않으면 석탄 소비는 더 많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2위 수입국인 인도는 이날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석탄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를 철폐했다. 넘쳐나는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뜻이다. 올해 1~9월 인도의 석유 수입 중 67.5%가 호주에서 들어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1%에 육박했지만, 수요량이 많이 늘어나 호주산 석탄 점유율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