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삼바·우시 추격하는 日 후지필름의 'CDMO 진격'
일본 후지필름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항체의약품을 이을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지목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전방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후지필름의 CDMO 사업 확대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억8800만달러(약 2500억원)를 투자해 세포배양 제조 설비를 건설키로 했다. 2만3000㎡ 규모다.

후지필름 계열사인 후지필름어바인사이언티픽이 운영한다. 내년 착공해 2025년부터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원료인 건조분말을 연간 80만㎏, 액상 배지를 330만L 생산할 계획이다.

야마구치 유타카 후지필름어바인 최고경영자(CEO)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인류의 건강에 필수적인 의약품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장 건설이 세계적인 세포배양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은 후지필름의 글로벌 다섯 번째, 미국 내 두 번째 공장이다. 후지필름은 텍사스에도 세포배양 CDMO 투자를 예고했다. 지난 7월 텍사스와 덴마크에 총 16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후지필름이 CDMO 투자 지역으로 삼은 노스캐롤라이나와 텍사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린필드(직접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미국의 네 곳(워싱턴, 텍사스, 캘리포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중 두 곳이기도 하다.

후지필름은 영국 빌링햄에도 대규모 미생물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네덜란드에는 건조분말과 액상 배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었다.

업계 관계자는 "후지필름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은 로컬에 머물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같다"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후지필름 CDMO 사업 계열사는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다. 2011년 미국 머크(MSD)로부터 인수한 다이오신스바이오테크놀로지가 모태다. 인수 금액은 400억엔이었다. 이후 2~3년에 한 번꼴로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불리고 있다. 2019년엔 바이오젠의 덴마크 공장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대했다.

여러 형태(모달리티)의 서비스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중간엽 줄기세포, 엑소좀 등 다양한 모달리티에 대한 공정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외부 협력도 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 T세포 제조 설비인 아타라바이오테라퓨틱스의 캘리포니아 공장을 인수했다.

바이오공정 전문지인 바이오프로세스 인터내셔널은 2025년이면 글로벌 동물세포 생산 CDMO '빅4'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에 더해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후지필름의 부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일본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다가올 세포·유전자 치료제 '대세' 시장에서 후지가 강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경계했다.

반면 일본 특유의 복잡한 의사결정과 공정운영 방식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에는 약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원료의약품 제조업체 CEO는 "일본의 기술력을 인정하지만, 운영 절차(SOP)가 너무 까다로워, 이 시장에서 고객사의 요구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