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보고서 삭제' 의혹 서울청 정보부장 등 무더기 입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경찰과 소방·구청·교통당국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추가 입건했다.
특수본은 참사 전후 부실대응과 관련해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송병주(51) 경정, 용산구 유승재(56) 부구청장과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안전재난과장,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 이태원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위험분석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에 연루된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은 증거인멸 및 교사 피의자로 전환돼 오는 24일 조사를 받는다.
박 경무관은 특수본 출범 이후 입건된 경찰관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특수본은 보고서 삭제에 가담한 용산서 정보과 직원 4명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따라 특수본에 입건된 피의자는 숨진 전 용산서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을 포함해 17명으로 늘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10시 송 경정과 유 부구청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특수본은 송 경정을 상대로 참사 당일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에게 현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는지 캐묻고 있다. 이 전 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일 오후 11시께에서야 참사 상황을 인지했다면서 송 경정이 "사람과 차가 많아 정체되고 있지만 특별한 상황이 없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보고 탓에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취지다. 특수본은 송 경정을 상대로 이 전 서장이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2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상황보고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특수본은 용산서의 기동대 투입 요청을 둘러싼 의혹도 묻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송 경정에게 참사 나흘 전 경비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용산서로부터 경비 기동대 배치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21일 특수본 소환 조사에서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지시했는지 명확히 진술하지는 못한 데다 용산서 내부 직원들의 관련 진술도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용산서 내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거나 이 전 서장이 지난달 중순 이태원지구촌축제 대비 계획과 혼동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특수본은 다만 구체적인 지시·보고 여부와 무관하게 용산서 차원의 기동대 요청이 없었을 경우 이 전 서장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물을 수 있다고 본다.
특수본은 사고 당일 기동대 배치 등 인력운용 전반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김광호(58) 서울경찰청장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유 부구청장은 지난 19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참사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구청에서 열린 핼러윈 안전대책회의에서 박희영(61) 용산구청장 대신 회의를 주재했다.
대규모 인파관리 대책은 논의되지 않았고 방역·위생·시설점검이 논의됐다.
특수본은 유 부구청장에게 안전관리 대책 수립과 현장 대응, 직원 배치 등을 적절히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그를 피의자로 전환했다.
재난 관련 업무 책임자인 안전건설교통국장·재난안전과장도 수사선상에 올렸다.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에 관한 수사도 '윗선'을 향하고 있다. 특수본은 전 용산서 정보과장 김모(51) 경정이 사실상 박 경무관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박 경무관은 참사 이후 용산서를 비롯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과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박 경무관이 일반적 규정 준수가 아닌 특정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이같이 발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제업무 내규에는 '승객 폭주,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과 협의해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다'고 돼있다.
특수본은 이태원역장이 승객 증감 현황을 점검해 무정차 통과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부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참사 이전 무정차 통과가 당연히 이뤄졌어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한 소방노조 관계자도 이날 오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서장과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 류미진(50)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 등은 이번주 재차 소환될 전망이다.
경찰은 재소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음주께 구속영장 신청 대상을 선별할 계획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특수본은 참사 전후 부실대응과 관련해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송병주(51) 경정, 용산구 유승재(56) 부구청장과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안전재난과장,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 이태원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위험분석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에 연루된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은 증거인멸 및 교사 피의자로 전환돼 오는 24일 조사를 받는다.
박 경무관은 특수본 출범 이후 입건된 경찰관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특수본은 보고서 삭제에 가담한 용산서 정보과 직원 4명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따라 특수본에 입건된 피의자는 숨진 전 용산서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을 포함해 17명으로 늘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10시 송 경정과 유 부구청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특수본은 송 경정을 상대로 참사 당일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에게 현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는지 캐묻고 있다. 이 전 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일 오후 11시께에서야 참사 상황을 인지했다면서 송 경정이 "사람과 차가 많아 정체되고 있지만 특별한 상황이 없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보고 탓에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취지다. 특수본은 송 경정을 상대로 이 전 서장이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2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상황보고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특수본은 용산서의 기동대 투입 요청을 둘러싼 의혹도 묻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송 경정에게 참사 나흘 전 경비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용산서로부터 경비 기동대 배치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21일 특수본 소환 조사에서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지시했는지 명확히 진술하지는 못한 데다 용산서 내부 직원들의 관련 진술도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용산서 내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거나 이 전 서장이 지난달 중순 이태원지구촌축제 대비 계획과 혼동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특수본은 다만 구체적인 지시·보고 여부와 무관하게 용산서 차원의 기동대 요청이 없었을 경우 이 전 서장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물을 수 있다고 본다.
특수본은 사고 당일 기동대 배치 등 인력운용 전반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김광호(58) 서울경찰청장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유 부구청장은 지난 19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참사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구청에서 열린 핼러윈 안전대책회의에서 박희영(61) 용산구청장 대신 회의를 주재했다.
대규모 인파관리 대책은 논의되지 않았고 방역·위생·시설점검이 논의됐다.
특수본은 유 부구청장에게 안전관리 대책 수립과 현장 대응, 직원 배치 등을 적절히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그를 피의자로 전환했다.
재난 관련 업무 책임자인 안전건설교통국장·재난안전과장도 수사선상에 올렸다.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에 관한 수사도 '윗선'을 향하고 있다. 특수본은 전 용산서 정보과장 김모(51) 경정이 사실상 박 경무관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박 경무관은 참사 이후 용산서를 비롯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과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박 경무관이 일반적 규정 준수가 아닌 특정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이같이 발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제업무 내규에는 '승객 폭주,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과 협의해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다'고 돼있다.
특수본은 이태원역장이 승객 증감 현황을 점검해 무정차 통과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부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참사 이전 무정차 통과가 당연히 이뤄졌어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한 소방노조 관계자도 이날 오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서장과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 류미진(50)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 등은 이번주 재차 소환될 전망이다.
경찰은 재소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음주께 구속영장 신청 대상을 선별할 계획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