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상임위원 없었다"…위기 속 호평 쏟아진 이유 [이호기의 금융형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금까지 이런 상임위원은 없었다. 그는 믿음직한 해결사인가, 탁월한 쇼맨인가."
금융권 안팎에선 최근 자금시장 경색 국면에서 맹활약 중인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두고 이 같은 평가가 흘러나옵니다.
금융위 상임위원은 금융위를 구성하는 9명의 위원 중 하나로 위원회에 올라오는 각종 안건에 대해 심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요직입니다. 금융위에서 정무직인 장·차관(위원장·부위원장)을 제외하고 '늘공(직업공무원)'이 갈 수 있는 최고위직인 1급 자리(총 5개)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임위원의 영향력이 위원장과 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당연직 위원) 등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정책 실무를 뒷받침하는 조직이 산하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 대내외 활동보다 조용히 '넥스트(퇴임 후 다음 행보)'를 준비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9월초 '금융위의 꽃' 금융정책국장에서 상임위원으로 승진한 권 위원은 달랐습니다. 취임 후 불과 한달이 안된 시점에서 핀테크 기업과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지요.
10월 들어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사태가 터지자 그의 주가는 더욱 치솟았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권 위원에게 사실상 '대책반장'을 맡겼고 권 위원은 금융정책국과 자본시장정책관, 대변인실 등 관련 부서를 총괄하면서 '50조원+α(10월 23일)', '95조원+α(11월 1일)' 등 굵직한 유동성 공급 대책을 주도했지요.
원래 이 같은 정책 총괄 기능은 상임위원이 아니라 같은 1급인 사무총장의 몫이었습니다. 현행 금융위원회설치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무처장은 위원장의 명을 받아 사무처의 사무를 처리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정한 사무처장의 주요 업무 리스트에도 '각종 정책과 주요 업무계획의 종합 및 조정'이 가장 앞열에 명시돼 있지요.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굳이 왜 사무처장이 아닌 권 위원에게 '특급 소방수' 역할을 맡겼을까요. 이에 대해 금융위 안팎에선 공무원답지 않은 권 위원만의 독특한 업무 스타일을 첫손에 꼽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자질이라고 하면 공평무사, 청렴결백, 심사숙고, 유비무환 등이 떠오릅니다. 정책을 설계할 때 기대 효과는 물론 향후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꼼꼼히 살펴 최종 완성도를 높여야 하지요. 그래야만 혹시 모를 부수 피해와 억울한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런 훈련을 받고 있겠지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권 위원은 현직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 중에서도 정책의 디테일보다는 스피드를 더 중시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시장과 업계가 원하는 정책을 적시에 내놓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번 레고랜드 사태에서도 이 같은 권 위원의 스타일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금융사 팔비틀기'나 도덕적 해이 등 논란도 일었지만 어쨌거나 신속하게 대규모 자금 투입을 이끌어내면서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특유의 언론 감각과 친화력도 권 위원의 강점입니다. 권 위원은 코로나 위기 직전인 2019년 연말께 금융위 기자단 송년 모임에서 그해 탁월한 브리핑 실력을 선보인 간부로 선정돼 '베스트 브리퍼' 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김 위원장과 김소영 부위원장이 둘다 매사에 신중하고 사려 깊은 전형적인 학자 또는 공무원 스타일이어서 상대적으로 언변과 행동력이 뛰어난 권 위원과 합이 잘 맞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권 위원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데 대해 경계가 필요하다거나 어차피 공식 지휘라인인 사무총장에게 똑같이 보고해야 하는데 일선 실무진의 업무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 위원장의 신뢰와 지지가 탄탄한데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경제1분과 전문위원)에서 활약했다는 배경도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금융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끝)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금융권 안팎에선 최근 자금시장 경색 국면에서 맹활약 중인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두고 이 같은 평가가 흘러나옵니다.
금융위 상임위원은 금융위를 구성하는 9명의 위원 중 하나로 위원회에 올라오는 각종 안건에 대해 심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요직입니다. 금융위에서 정무직인 장·차관(위원장·부위원장)을 제외하고 '늘공(직업공무원)'이 갈 수 있는 최고위직인 1급 자리(총 5개)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임위원의 영향력이 위원장과 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당연직 위원) 등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정책 실무를 뒷받침하는 조직이 산하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 대내외 활동보다 조용히 '넥스트(퇴임 후 다음 행보)'를 준비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9월초 '금융위의 꽃' 금융정책국장에서 상임위원으로 승진한 권 위원은 달랐습니다. 취임 후 불과 한달이 안된 시점에서 핀테크 기업과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지요.
10월 들어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사태가 터지자 그의 주가는 더욱 치솟았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권 위원에게 사실상 '대책반장'을 맡겼고 권 위원은 금융정책국과 자본시장정책관, 대변인실 등 관련 부서를 총괄하면서 '50조원+α(10월 23일)', '95조원+α(11월 1일)' 등 굵직한 유동성 공급 대책을 주도했지요.
원래 이 같은 정책 총괄 기능은 상임위원이 아니라 같은 1급인 사무총장의 몫이었습니다. 현행 금융위원회설치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무처장은 위원장의 명을 받아 사무처의 사무를 처리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정한 사무처장의 주요 업무 리스트에도 '각종 정책과 주요 업무계획의 종합 및 조정'이 가장 앞열에 명시돼 있지요.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굳이 왜 사무처장이 아닌 권 위원에게 '특급 소방수' 역할을 맡겼을까요. 이에 대해 금융위 안팎에선 공무원답지 않은 권 위원만의 독특한 업무 스타일을 첫손에 꼽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자질이라고 하면 공평무사, 청렴결백, 심사숙고, 유비무환 등이 떠오릅니다. 정책을 설계할 때 기대 효과는 물론 향후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꼼꼼히 살펴 최종 완성도를 높여야 하지요. 그래야만 혹시 모를 부수 피해와 억울한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런 훈련을 받고 있겠지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권 위원은 현직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 중에서도 정책의 디테일보다는 스피드를 더 중시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시장과 업계가 원하는 정책을 적시에 내놓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번 레고랜드 사태에서도 이 같은 권 위원의 스타일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금융사 팔비틀기'나 도덕적 해이 등 논란도 일었지만 어쨌거나 신속하게 대규모 자금 투입을 이끌어내면서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특유의 언론 감각과 친화력도 권 위원의 강점입니다. 권 위원은 코로나 위기 직전인 2019년 연말께 금융위 기자단 송년 모임에서 그해 탁월한 브리핑 실력을 선보인 간부로 선정돼 '베스트 브리퍼' 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김 위원장과 김소영 부위원장이 둘다 매사에 신중하고 사려 깊은 전형적인 학자 또는 공무원 스타일이어서 상대적으로 언변과 행동력이 뛰어난 권 위원과 합이 잘 맞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권 위원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데 대해 경계가 필요하다거나 어차피 공식 지휘라인인 사무총장에게 똑같이 보고해야 하는데 일선 실무진의 업무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 위원장의 신뢰와 지지가 탄탄한데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경제1분과 전문위원)에서 활약했다는 배경도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금융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끝)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