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고(故) 이지한 씨의 모친 조미은 씨. / 사진=KBS 캡처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고(故) 이지한 씨의 모친 조미은 씨. / 사진=KBS 캡처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고(故) 이지한 씨의 모친이 언론 인터뷰에 나서 "(국가배상금) 10조를 받아도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라면서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씨의 모친 조미은 씨는 지난 22일 KBS 인터뷰에서 "이거 줄 테니까 위안 삼아서 진상규명 그만 외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뇌물인가? 그런 뇌물이면 필요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먼저 조 씨는 유족이 원하는 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진상규명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우리들을 모아놓고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그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다음 공간을 만들어서 서로 위로하고 충분히 울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다. 또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달라"며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는 곳에다 국화꽃을 헌화하며 애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 씨는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몇 시에 갔는지, 어느 병원에 있었는지, 제대로 과정을 아는 분이 없다"며 "왜 나라에서 그런 사소한 과정조차 부모에게 설명을 안 해주는지, 죽은 자식 찾아 병원을 찾아 헤매는 것만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으셨던데, 그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조 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앞선 사과에 대해선 "조계종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 사과였냐"면서 "아무리 더듬어 생각해봐도 사과를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방송용 사과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유족과 부상자 등에 대한 국가배상이 논의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조 씨는 다른 유족들의 슬픔을 알리기 위해 언론 앞에 서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저는 제 슬픔이 가장 슬픈 슬픔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렵게 유가족들을 연락해서 만나보니 제가 슬픈 건 슬픈 것도 아니었더라"며 "그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지한이는 이름이라도 국민들이 좀 알고 있으니까 나라도 나서서 이 참사를 알려야 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철저한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유족들의 공식 기자회견은 참사 발생 24일 만에 처음으로, 이날 유족들은 정부를 향해 여섯 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요구사항은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이다.

이 자리에서 조 씨는 "158명을 생매장한 사건"이라며 "초동 대처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단 한명의 희생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또한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 자식들이 한 명이라도 그곳에서 '압사당할 거 같다'고 울부짖었다면 과연 그 거리에서 설렁탕 먹고 뒷짐을 지고 걸어갈 수 있었겠냐"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 책임을 지워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