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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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고 23일 확정 발표했다. 단기간 급증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추면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시장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1월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사실상 폐기되는 수순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 2020년 수준 환원"…거래 살리기엔 역부족 지적도
이날 발표에 따라 내년에 적용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아파트 기준으로 올해 평균 71.5%에서 내년 평균 69.0%로 낮아진다. 단독주택은 58.1%에서 53.6%으로, 토지는 71.6%에서 65.5%로 내려간다. 당초 계획된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비해 평균적으로 아파트는 5.1%, 단독주택은 11.3%, 토지는 12.3% 하락하게 된 셈이다.

가격대별로는 9억원 미만 아파트에 적용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8.1%,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69.2%, 15억원 이상 75.3%다. 올해와 비교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억원 미만은 1.3%포인트,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15억원 이상은 각각 5.9%포인트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가파르게 높아진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조정의 수혜를 더 많이 보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까지 수립돼 현실화율이 높아져 공시가격이 급등했다"며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인상 등이 병형돼 국민의 부동산 보유 부담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택분 재산세는 2019년 5조1000억원에서 2020년 5조8000억원, 지난해 6조3000억원, 올해 6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주택분 종부세는 2019년 1조원에서 올해 4조100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국토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지면 아파트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간 역전 문제가 보다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공시가격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역시 국토부에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단순 동결하더라도 부동산 유형별 현실화율 균형성 개선 효과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내년 하반기에 2024년 이후 장기적으로 적용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다시 수립할 방침이다.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 상황과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 시세 조사에 대한 정확성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종부세 관련해선 지난 7월 발표한 정부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 개편안이 시행되면 내년 종부세액과 납부 인원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인플레이션에서 유발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어 집 값 하향 조정 전망에 시장이 무게를 두고 있다”며 “경제 성장률 둔화와 경기 위축,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공시가격에 대한 시세 반영비율 장기 로드맵의 하향 수정과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 속도를 조절해 지방자치단체의 반발과 민간 조세 저항 움직임을 줄였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로 인해 주택 거래량이 되살아나거나 가격이 상승 반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