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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파트장(혁신성장파트)

"성장성보단 실적 중요"…종목 투자 전략 살펴보니
"기존 성장주, 실적으로 밸류에이션 증명해야"
"대형주 중심의 밸류체인 확인해야…태조이방원 주목"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파트장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파트장
"종목 투자 전략이 하반기부터 달라졌습니다. 오직 '숫자'로 증명되는 종목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외부 불확실성에도 성장성이 높은 업종에 투자했던 상반기와 달리, 지금은 실적에 기반한 투자 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스몰캡(중·소형주) 전문가로 꼽히는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파트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숫자, 즉 '실적'에 대해 여러 번 강조했다. 지금 중·소형주 투자에선 성장성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에 주목해야 할 시기라는 설명했다.

여기서 눈에 보이는 성과는 실적, 이벤트 등을 의미한다. 이 파트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향후 주식시장에 뜰 테마를 엿볼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업종이나 종목별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침체됐다는 평가에도 일부 새내기주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이 파트장은 IPO에 나선 종목들만 봐도 어떤 업종에 자금이 몰리는지 알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파트장은 내년에도 종목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 업종에서 알짜 종목을 발굴하라고 말한다. 특히 대형주를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질 경우 밸류체인 내에서 실적이 먼저 움직이는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이병화 파트장에게 종목 투자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요즘 같은 장에선 어떤 전략을 갖고 종목 투자에 임해야 하나요?

"지금은 저가 매수하는 바텀업(Bottom-up) 전략과 눈에 보이는 실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올해 스몰캡 시장은 외부 변수로 하향세를 보였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분쟁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 등이 주식시장 전반에 영향을 줬죠.

중·소형주 혼자서 빛나긴 어려운 장이였습니다. 대형주 중심의 수주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 등과 같은 이벤트에 의지했죠. 중·소형주는 금리 인상 등 매크로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시장이 평온할 때는 먼 미래의 성장성이 부각되지만, 시장이 힘들 때 밸류에이션 자체가 축소되기도 합니다.

상반기 스몰캡 시장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 헷지(위험회피)가 용이한 업종을 비롯해 진입장벽이 높은 하이테크, 외부 불확실성에도 성장이 지속된 산업에 관심이 쏠린 반면, 하반기에는 정말 눈에 보이는 실적 종목에만 대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스몰캡 시장에서도 실적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죠."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이나 방법이 궁금합니다.

"중·소형주 시장에서 실적이나 시장 수익률이 좋은 종목을 압축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 화두가 되는 테마를 발굴할 필요가 있죠. 이후 실제로 수혜가 되는 종목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은 이 시장에 맞는 새로운 테마나 섹터가 필요합니다. 잠시 시장에서 잊혀진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 등에서 주도 성장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줄면서 밸류에이션 자체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죠.

우선 기존 성장주에 대한 디레이팅(주가수익비율 하락)이 빠르게 정리됐음에도 주가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존 성장주들은 실적을 통해 벨류에이션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주가 회복력은 더딜 수밖에 없죠.

기존 성장주가 주춤한 사이 새로운 성장주들이 고금리라는 환경에 적응하며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성장성에 비해 기업 가치가 낮게 반영됐거나 이제 막 반영되기 시작하는 섹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공모주 시장이나 CES 같은 빅 이벤트를 통해 차기 테마나 종목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들어 IPO 시장이 어렵다고 평가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괜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저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로봇 분야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아직 밸류에이션이 반영되지 않은 테마나 종목에 주목할 때로 보입니다."

▷중·소형 종목을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을 꼽는다면? 나아가 투자자들이 종목을 투자할 때 참고해야할 지표나 수치 등이 있나요?

연말이나 연초에는 중·소형주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감사보고서 기간이나 제출을 앞두고 재무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죠. 자칫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유상증자 등의 자금조달로 상장을 유지할 수 있더라도, 본업이나 재무가 흔들리면 회사 자체가 무너질 수 있죠.

스몰캡 시장에 큰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은 주주로서 모든 권리를 행사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문턱이 닳도록 회사를 방문하고, 영위 산업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깊게 알고 있죠. 스몰캡 투자의 단점은 대형주와 달리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중·소형주 투자는 대형주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직관적인 투자를 권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컨센서스, 실적, 성장성(공신력 있는 기관의 산업 전망)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중·소형주의 경우 회사마다 공시 담당자들이 있습니다. 분기 보고서 등 공시의 퀄리티를 나날이 높아지고 있죠. 답은 이들이 신고하는 분기나 사업보고서 안에 있습니다. 실적부터 전방 산업 동향 등 관련 지표들도 사업보고서에 들어있습니다."

▷내년 스몰캡 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무엇이 있을까요?

밸류에이션, 실적, 수주를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숫자'입니다. 먼 미래에 있는 성장주보단 숫자(실적)가 바로 찍히는 중·소형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실적과 수주 부분은 태조이방원 업종에서 대거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태조이방원 업종을 투자할 때는 밸류체인을 잘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년은 대형주 장세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대형주보다 먼저 중·소형주가 움직이는 일은 없습니다. 태조이방원에 속하는 어떤 대형주가 외부에서 수주를 받았다면, 이 대형주로부터 발주를 받는 중·소형주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자들은 우선 대형주 중심의 밸류체인 파악을 첫 번째로, 이후 각 중·소형주의 분기 보고서 등 데이터를 통해 어떤 수혜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밸류체인 종목 중에서도 대형주 수주 이후 곧바로 실적이 찍히는 종목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경우 밸류체인 내 수혜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형주의 수주 공시나 뉴스가 바로 발주(중·소형주의 수익)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향후 중·소형주 시장에 관심을 가질만한 테마나 종목은 어디가 있을까요?

"저는 태조이방원 중에서 원전과 방산 테마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종의 경우 대형주들이 수주를 받게 되면 낙수 효과가 확실히 일어나기 때문이죠. 여기서 테마성으로 움직이는 종목과 실적으로 움직이는 종목이 있는데, 투자자들은 세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전 테마에서 관심 종목으론 '비에이치아이', '한전기술'이 있으며, 방산 업종에선 '비츠로셀'이 있습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