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위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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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미실시를 선언하며 시장에 영향을 줬던 흥국생명이 해당 채권의 조기상환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해당 이슈는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조기상환 미실시 선언과 함께 30% 이상 급락했던 해당 채권(5억 달러) 가격은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됐고, 콜옵션 행사일에 조기상환이 이뤄졌다.

당초 투자자들은 흥국생명이 조기상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런 기대가 어긋나자 해당 채권가격은 급락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평판리스크를 더 우선시하며 지금까지 첫 번째 콜옵션 행사일에 조기상환을 실시했었고, 흥국생명도 조기상환 목적의 유사한 성격을 가진 새로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해당 채권의 발행은 잠정 연기되었고, 조기상환에 따른 자본비율(RBC비율, 지급여력비율) 하락에 대한 부담이 존재했다. 흥국생명은 평판 보다는 경제적 실익을 더 우선시하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종자본증권은 중도상환(Call Option) 조건이 부여되어 있지만, 어떠한 약정도 하고 있지 않다. 발행회사가 반드시 첫 번째 콜옵션 행사일에 조기상환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흥국생명도 대내외 상황을 감안한 경제적 실익을 더 우선시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국내 금융기관들이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투자의 경우 경제적 실익을 더 우선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자본 여력을 감안해서 개별 회사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상대적으로 금융지주와 은행의 경우 자본 여력이 보험사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 향후 변동성 높겠지만, 발행회사의 펀더멘털이 우수하고, 높은 금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지주 및 은행 신종자본증권에 대해서는 만기 투자 전략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마켓PRO] 금융지주·은행 발행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미실시에 영향을 미친 RBC비율

흥국생명의 조기상환 미실시 발표에는 타이트한 자본 수준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 2022년 6월말 기준 흥국생명의 RBC비율은 157.8%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50%)에 근접했었다. 새로운 신종자본증권 발행없이 조기상환을 실시했다면, RBC비율이 150%를 하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업감독규정 제7-10조에는 후순위채무를 상환한 후의 지급여력비율이 150%이상인 경우에 보험회사는 감독원장의 승인을 받아 후순위채무를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상환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보험회사의 RBC비율이 타이트해진 이유는 급격한 금리 상승이다. 현재 제도 하에서는 자산에 대해서만 시가 평가를 하고, 부채에 대해서는 시가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운용 자산이 감소했지만, 부채가 변하지 않으면서 보험사의 자기자본은 급감하게 되는 것이다. 흥국생명 RBC비율은 2019년말 183.9%에서 2022년 6월말 157.8%로 감소했다. 9월말에는 154.4%로 추가 하락했다. 흥국생명만 RBC비율이 하락한 것이 아닌 생명보험사 전반에 걸쳐 RBC비율이 감소했다.

2023년부터는 새로운 지급여력제도인 ‘K-ICS’가 도입된다. IFRS17 전환에 따라 지금까지 시가평가하지 않았던 부채에 대해서도 시가평가를 하게 된다. 보험사의 부채듀레이션이 자산듀레이션보다 길기 때문에 금리 상승 시 보험사의 운용자산보다 보험부채가 더 크게 감소하면서 보험사의 실질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금리 상승이 2023년부터 반영되게 되면 보험사의 실질 자본은 증가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현재 타이트해 진 보험사들의 자본비율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새로운 제도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자본비율 여력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여부가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마켓PRO] 금융지주·은행 발행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
‘스텝업(Step-up)’ 조항, 보험사가 10년 후에도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반영

조기상환을 하지 않았다면 흥국생명이 발행한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의 쿠폰은 기존 4.475%에서 약 6.74%로 조정됐을 것이다. 첫 번째 Call Date에 조기상환을 하지 않으면 해당 채권은 해당 시점의 미 국채 5년물 금리에 247.2bp를 가산한 금리로 변경되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자율 재설정 조항이 반영된 것이고, ‘스텝업(Step-up)’ 조항은 이후 5년 후까지 조기상환을 하지 않으면 반영된다.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을 예를 들어 살펴보면 발행 후 5년이 지난 시점에 조기상환을 하지 않으면, 미 국채 5년물 금리에 247.5bp가 가산된 금리로 변경되나, 이후 5년이 더 지나면 재설정 조항(미 국채 5년물 금리+247.5bp)에 100bp가 추가 가산된다. 가산금리(247.5bp)의 경우 발행 시점에서 발행 회사의 펀더멘털, 수급 등을 고려해 결정되며, 회사마다 상이하게 결정된다.
[마켓PRO] 금융지주·은행 발행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
금융지주와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조건부자본증권)의 경우 보험사의 쿠폰 변경 조건과는 다소 다른 형태를 보인다. RBC제도 하에서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은 5년 이내 조기상환이 금지된 반면, 바젤III에서 금융지주 및 은행 신종자본증권은 5년 이내 조기상환 금지와 함께 상환 유도 조건이 없어야 한다. 5년 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융지주, 은행,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쿠폰 재조정이 이뤄지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이후 5년이 지난 시점까지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은 스텝업 조항이 반영되는 차이가 존재한다.

금융지주와 은행의 규제 대비 자본 버퍼 수준은 안정적

타이트한 자본 수준을 보이고 있는 보험사와 달리 금융지주와 은행의 경우 규제 대비 안정적인 버퍼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비율은 보통주자본 8%(바젤III 최소 4.5%+자본보전완충자본 2.5%+D-SIB(금융체계상 중요한 은행 1%), 기본자본 8.5%(바젤III 최소 6%+자본보전완충자본 2.5%+D-SIB 1%), 총자본 10.5%(바젤III 최소 8%+자본보전완충자본 2.5%+D-SIB 1%)이다. 현재 금융지주와 은행의 자본비율 수준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버퍼를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출 증가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했으나, 이익 창출과 자본 확충을 통해 자본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버퍼를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마켓PRO] 금융지주·은행 발행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
규제 대비 자본 버퍼를 감안할 때 금융지주와 은행 신종자본증권의 리스크 요인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리스크 요인은 크게 1)상각, 2)이자지급 중지, 3)조기상환 미실시로 볼 수 있다. 상각의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발생하는데, 규제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금융지주와 은행의 자본비율을 감안할 때 발생 가능성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자지급 제한의 경우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자본비율은 규제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단기 시장 변동성은 존재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채 금리 하향과 신용 스프레드 축소로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우수한 펀더멘털로 리스크 요인 발생 가능성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금융지주 및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는 유효하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