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행성이 있었다·너에게 전화가 왔다
[신간]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김사과 외 22인 지음.
1987년 첫발을 뗀 도서출판 작가정신이 창립 35주년을 맞아 기획한 에세이다.

김사과, 박솔뫼, 손보미, 오한기, 정용준, 조경란, 최수철, 최진영, 하성란, 한은형 등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23명의 글을 엮었다.

글에 담긴 작업실 풍경 등의 사진은 작가가 손수 찍어 제공했다.

이들은 작가로서의 시작점과 정체성, 소설을 쓸 때의 마음, 집필 과정 등을 아우르며 작가의 삶을 이야기한다.

조경란은 독자의 소중함을 짚으며 책 속 '작가의 말'을 진심을 다해 쓰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하성란은 "한밤의 택시는 함부로 타는 것이 아니다"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단편 '새끼손가락'이 태어난 뒷얘기를, 손보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원고 '펑크'를 낸 경험을 풀어놓는다.

표제작을 쓴 오한기는 육아를 병행하며 "암살자 같은 태도로" 빠르게 글을 쓴다고 고백한다.

그는 월 매출 3억 원에 달하는 사업을 하려다가 결국 소설을 택했다며 이렇게 자문한다.

"내가 소설을 썼을 때 이익은 얼마일까? (중략)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이에 대한 답을 엿볼 수 있는 글도 있다.

최진영은 소설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다른 삶을 계속 꿈꾸게 한다는 답에 도달했다고 한다.

김사과도 "작가와 독자를 잇는 가장 강력한 끈은 현실 도피적 환상"이라고 믿는다.

다른 삶,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이윤이 있을까.

작가정신. 260쪽.
[신간]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푸른 행성이 있었다 =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양영란 옮김.
세계 30여 개국에서 500만 부가 판매된 '꾸뻬 씨' 여행 시리즈의 저자가 처음 펴낸 과학소설(SF)이다.

'꾸뻬 씨' 시리즈가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리 소설이었다면, 이 작품은 가상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이 같은 목적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인류는 피폐해진 지구를 떠나 인공지능(AI)이 관장하는 화성 콜로니에 살고 있다.

'지구 귀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 남자가 임무를 띠고 지구로 파견된다.

이 여정에 도사린 음모가 드러나면서 그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시·공간은 달라졌지만, 삶의 본질과 행복을 찾아가는 모험이란 점에서 '꾸뻬 씨' 시리즈와 연결지점이 있다.

마시멜로.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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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 전화가 왔다 = 원태연 지음.
150만 부가 팔린 첫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1992)로 베스트셀러 시인이 된 원태연이 20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이다.

마지막 시집은 2002년 시집 '안녕'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인기 발라드 가수의 노래 가사와 영화 시나리오, 에세이를 쓰고 영화감독으로 연출도 했다.

시인의 자세로 돌아와 펴낸 시집에는 사랑과 이별을 관통하며 겪는 마음을 담은 시 85편이 수록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젊은 층의 공감을 얻는 시구처럼 짤막하고 간결한 시가 주를 이룬다.

'나는/ 몰랐습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싸우면 당신이 항상 이긴다는 걸'('당신을 만나기 전에')
'당신을 만나기 전에 나는/ 지구력이 없고, 첫사랑이 없고, 내일이 없었습니다'('빈털터리' 중)
은행나무. 12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