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까지 나선 이벤트성 규제…꺼지던 전정권 규제 불씨를 되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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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OECD에서 규제가 가장 강한 나라 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상품시장 규제지수 (Product Market Regulation Index)를 발표한 1998년 이후 20년간 한국은 규제 강국의 오명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그래서 2013년 OECD가 발표한 전 세계 규제 지도를 보면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적색 국가로 분류됐다. 구공산권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상품시장규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상품시장규제지수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수준을 평가한다.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규제체제를 갖추고 있는지,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적어도 경쟁제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중국, 러시아 수준이라는 게 2013년 규제 지도의 의미다. 지수산정방식을 바꾼 2018년에도 한국은 실질적으로 회원국 중 규제가 3번째로 강한 나라로 평가됐다.
여기서 질문 하나. 상품시장규제지수가 열악하면 정부의 어느 부처가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닐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한국이 규제 강국의 지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한국에서 두드러진 규제강화 프로세스, 즉 ‘이벤트성 몰아치기 규제’에 있다.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그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규제가 도입된다. 입법 영향분석에 일절 관심이 없는 국회와 사건 사고 기사로 먹고사는 언론이 냄비근성을 들어내고 규제를 통해 권한과 조직을 강화할 수 있는 행정부가 조력자로 나선다.
세월호 관련 규제, 민식이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입법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벤트성 몰아치기 규제의 폐해는 사안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후 중대재해가 사라졌는가? 여전히 우리는 많은 산업재해 뉴스를 접한다. 강원도 지역에서만 두 달 새 탄광 사고가 잇달았다.
이러한 이벤트성 몰아치기 규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카카오톡 불통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연내에 마련한다는 것이다.
좀 솔직해지자. 카카오톡 불통이 독과점 때문에 생긴 것인가? 국내의 독점적 지위에 걸맞은 데이터센터 역량을 갖추지 않은 경영상의 잘못은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불통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강화의 논리로 이용되는 것은 어색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추진하다 ‘자율규제’로 선회한 지 몇 달이나 됐다고 법도 아닌 심사지침을 갖고 시장에 칼을 대겠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불가다.
공정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니야. 심사지침 제정은 이미 계획됐던 일이야. 행정예고까지 마쳤어”라고 말할 것이다. 옳은 말이다. 공정위는 20년 5월 민관합동TF를 만들고 22년 1월에는 심사지침을 행정예고하기 까지 했다.
그러니 한기정 공정위로서는 정권교체로 꺼지던 불씨를 되살린 것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꼭 필요해서 2년 이상 준비해 왔던 규제를 정권 바뀌었다고 포기할 수 없으니 강행하겠다고 말하면 ‘소신 있다’고 박수라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카카오톡 불통 사태를 이유로 든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폐해에 대한 규제는 전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우리가 유의할 점은 초점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전 세계 메이저급들이 대상이다. 월 사용자 수 5천만명 이상, 월 비즈니스 사용자 수 10만명 이상, 순매출 혹은 시가총액 700조 이상 (6천억달러) 기업으로 타깃이 명확하다. 거물만 잡겠다는 것이다. 잔챙이는 건들지 않는다.
유럽은 유럽 시장에 대한 미국계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규율하는 게 목표다. 그러면 한국은? 미국 기준으로 개미 수준에 불과한 잔챙이들까지 모두 규제의 틀에 넣겠다고 한다.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상 규제 대상은 매출 100억원 이상, 거래금액 1천억 이상이었다. 심사지침은 이외에도 시장점유율도 고려하겠다고 한다.
글쎄 매출 100억원 (한국) 대 700조원 (미국). 미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의 기업을 한국에서는 규제한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의 일탈에 눈감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꼭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일탈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폐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책임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논란이 있었을 때 한 언론에서 플랫폼 기업 80개 이상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더니 공정위가 이런 투로 답했다. “아니야. 30개 정도밖에 안 돼!”
미국은 궁극적으로 4개가 타깃이다. 한국에서 30개면 적은 숫자인가? 30개 다 합쳐도 미국의 4대 메이저에 속하지 못한다.
불공정거래를 없애고자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투 정신은 칭송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정거래라는 이름으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남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공정위는 OECD 상품시장규제지수를 면밀히 검토해서 왜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제한국가의 오명을 쓰고 있는지, 공정위가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이런 일에서 성과를 내면 좋겠다.
강영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그래서 2013년 OECD가 발표한 전 세계 규제 지도를 보면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적색 국가로 분류됐다. 구공산권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상품시장규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상품시장규제지수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수준을 평가한다.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규제체제를 갖추고 있는지,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적어도 경쟁제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중국, 러시아 수준이라는 게 2013년 규제 지도의 의미다. 지수산정방식을 바꾼 2018년에도 한국은 실질적으로 회원국 중 규제가 3번째로 강한 나라로 평가됐다.
여기서 질문 하나. 상품시장규제지수가 열악하면 정부의 어느 부처가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닐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한국이 규제 강국의 지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한국에서 두드러진 규제강화 프로세스, 즉 ‘이벤트성 몰아치기 규제’에 있다.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그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규제가 도입된다. 입법 영향분석에 일절 관심이 없는 국회와 사건 사고 기사로 먹고사는 언론이 냄비근성을 들어내고 규제를 통해 권한과 조직을 강화할 수 있는 행정부가 조력자로 나선다.
세월호 관련 규제, 민식이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입법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벤트성 몰아치기 규제의 폐해는 사안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후 중대재해가 사라졌는가? 여전히 우리는 많은 산업재해 뉴스를 접한다. 강원도 지역에서만 두 달 새 탄광 사고가 잇달았다.
이러한 이벤트성 몰아치기 규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카카오톡 불통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연내에 마련한다는 것이다.
좀 솔직해지자. 카카오톡 불통이 독과점 때문에 생긴 것인가? 국내의 독점적 지위에 걸맞은 데이터센터 역량을 갖추지 않은 경영상의 잘못은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불통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강화의 논리로 이용되는 것은 어색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추진하다 ‘자율규제’로 선회한 지 몇 달이나 됐다고 법도 아닌 심사지침을 갖고 시장에 칼을 대겠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불가다.
공정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니야. 심사지침 제정은 이미 계획됐던 일이야. 행정예고까지 마쳤어”라고 말할 것이다. 옳은 말이다. 공정위는 20년 5월 민관합동TF를 만들고 22년 1월에는 심사지침을 행정예고하기 까지 했다.
그러니 한기정 공정위로서는 정권교체로 꺼지던 불씨를 되살린 것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꼭 필요해서 2년 이상 준비해 왔던 규제를 정권 바뀌었다고 포기할 수 없으니 강행하겠다고 말하면 ‘소신 있다’고 박수라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카카오톡 불통 사태를 이유로 든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폐해에 대한 규제는 전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우리가 유의할 점은 초점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전 세계 메이저급들이 대상이다. 월 사용자 수 5천만명 이상, 월 비즈니스 사용자 수 10만명 이상, 순매출 혹은 시가총액 700조 이상 (6천억달러) 기업으로 타깃이 명확하다. 거물만 잡겠다는 것이다. 잔챙이는 건들지 않는다.
유럽은 유럽 시장에 대한 미국계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규율하는 게 목표다. 그러면 한국은? 미국 기준으로 개미 수준에 불과한 잔챙이들까지 모두 규제의 틀에 넣겠다고 한다.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상 규제 대상은 매출 100억원 이상, 거래금액 1천억 이상이었다. 심사지침은 이외에도 시장점유율도 고려하겠다고 한다.
글쎄 매출 100억원 (한국) 대 700조원 (미국). 미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의 기업을 한국에서는 규제한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의 일탈에 눈감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꼭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일탈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폐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책임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논란이 있었을 때 한 언론에서 플랫폼 기업 80개 이상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더니 공정위가 이런 투로 답했다. “아니야. 30개 정도밖에 안 돼!”
미국은 궁극적으로 4개가 타깃이다. 한국에서 30개면 적은 숫자인가? 30개 다 합쳐도 미국의 4대 메이저에 속하지 못한다.
불공정거래를 없애고자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투 정신은 칭송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정거래라는 이름으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남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공정위는 OECD 상품시장규제지수를 면밀히 검토해서 왜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제한국가의 오명을 쓰고 있는지, 공정위가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이런 일에서 성과를 내면 좋겠다.
강영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