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정부 비교하며 남남갈등 조장 시도…'서울 불바다' 발언 연상 지적도
독자제재 빌미로 핵실험 등 추가 도발 '명분쌓기' 우려도
'정권 반대투쟁' 선동에 '서울이 과녁' 위협도…막나가는 김여정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윤석열 대통령을 막말 비난하는가 하면 사실상 정권 반대 운동을 선동하고 전·현 정권을 비교하며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등 도를 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한국과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추진을 비난한 담화에서 "(남한)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라고 밝혔다.

대북제재 추진에 거칠게 반발한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남한 국민을 향해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며 우회적으로 반정부 투쟁을 추동한 것은 일종의 내정 간섭에 해당하는 지극히 부적절한 시도다.

아무리 남북관계가 일반적인 외교관계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해도 이러한 국내 정치 개입은 해서는 안 될 금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김 부부장이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라며 전 정부와 비교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난한 것도 남한의 진보·보수 간 대립 양상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전·현직 대통령의 실명 비난 및 비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의 분열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부장은 이외에도 900자 정도의 짧은 분량의 담화 대부분을 남측에 대한 막말로 채웠다.

남측을 향해 "갈데 없는 미국의 '충견'이고 졸개"라느니, "미국이 던져주는 뼈다귀나 갉아먹으며 돌아치는 들개에 불과하다"는 등의 거친 말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남한 정부를 향해 "천치바보", "멍텅구리", "뻔뻔스럽고 우매" 등의 표현을 동원해 조롱 조로 공격했다.

남한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도 빼먹지 않았다.

김여정 부부장이 문재인 정부 때는 "서울이 우리의 과녁이 아니었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은 '서울이 우리의 과녁'이라는 뜻이다.

서울을 구체적인 공격 목표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마치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한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북한은 한동안 한미연합훈련에 강력히 반발하며 온갖 도발을 했는데, 이젠 아직 본격적으로 꺼내지도 않은 독자제재를 문제 삼아 막말을 쏟아낸 것으로 미뤄 이를 빌미로 추가 도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나 7차 핵실험 등 추가적인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의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 반대투쟁' 선동에 '서울이 과녁' 위협도…막나가는 김여정
한동안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던 김여정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거친 발언을 담은 '김여정식 담화'로 회귀한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거친 표현으로 점철된 담화를 내기로 유명했다.

그는 2020년 3월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라는 제목의 첫 개인 명의 담화에서 막말을 쏟아낸 데 이어 그해 6월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마디 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다 지난해 중반부터는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 8월 윤 대통령을 향해 "인간 자체가 싫다"고 하는 등 다시 막말 담화로 회귀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이 다시 감정적인 담화로 전환한 것은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하는 한편, 굉장히 보복적·응징적 대응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