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종이봉투에 담나요?"…월드컵 첫 경기 날 '혼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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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회용품 규제' 시행에 편의점·카페 등 혼란 가중
"하필 월드컵 경기날(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우루과이전) 비닐봉지 제공이 금지돼 걱정이에요."
24일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규제'로 편의점에서는 비닐봉지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이날은 한국 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오후 10시에 열려 편의점을 찾는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손님과의 실랑이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에서 만난 대학생 A씨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월드컵을 보러갈 건데 맥주 무게에 종이봉투가 찢어질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 직원은 "종이봉투는 맥주 두 묶음만 담아도 찢어지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손님들도 있다. 봉투 대신 양손 가득 끌어안고 가시는 분들도 있더라"면서 "오늘밤 (축구 경기가 시작되면) 손님들이 더 몰릴 텐데 벌써 아찔하다"고 걱정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직원은 "현재 일회용 봉투 재고가 다 소진돼 친환경 종이봉투 위주로 제공하고 있다"며 "봉투값이 100~250원으로 오르다 보니 '왜 이리 비싸졌냐'고 말씀하시는 손님들이 여럿"이라고 전했다.
한 CU 편의점 점주는 "오늘부터 규제에 따라 종이봉투를 제공하고 있는데 확실히 비닐봉지보다 구매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아예 다회용 쇼핑백을 구매해가시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마트24 직원은 "이미 지난주부터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를 제공하고 있는데, 원래대로 비닐봉투를 달라고 언성을 높이는 어르신들을 설득하는 게 일"이라고 털어놨다.
일회용품 규제는 이날부터 시행되지만 1년간의 계도기간이 주어진 탓에 여전히 일회용 봉투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한 편의점 직원 A씨는 "아직 유예 기간으로 안다. 일회용 봉투가 다 소진되면 그때부터 다른 봉투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친환경 봉투를 제공하면) 값도 비싸고 담을 수 있는 용량도 작다는 뒷말들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모 씨(28)는 "편의점을 방문할 때마다 종이봉투를 구매하는 것도 부담이다. 앞으로는 마트에서 장 보는 것처럼 장바구니를 챙겨다녀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출근시간대에 둘러본 일선 카페들은 제도 시행 준비기간과 유예 방식 등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다는 평이 많았다. 개인 카페 사장 B씨는 "뜨거운 음료를 젓는 스틱(막대)까지 금지 대상인지는 몰랐다"고 귀띔했다.
일부 손님들은 "잠깐 마시다가 일어날 건데 무조건 일회용 컵은 안 되는 거냐"면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소규모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출근시간대나 점심시간대에는 잠깐 앉아있다 테이크아웃 하는 손님이 많아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품을 제공해왔다"면서 "혼자 커피 내리고 손님들 응대도 해야 하는데 일일이 설명하려면 번거로울 것 같다"고 했다. 개인 카페 점주 D씨도 "일회용 컵 달라는 단골 한 분 한 분에게 안 된다고 말씀드리려니 깐깐하다는 불만이 나올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제도가 시행되는지조차 몰랐다는 반응도 상당수였다. 테이크아웃 판매를 주로 하는 카페 점주 E씨는 "개인 카페는 프랜차이즈처럼 본사 공지가 내려오는 구조가 아니라 바뀌는 제도들을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제도가) 올해 계속 바뀌어 헷갈리는데 이번에도 테이크아웃 판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스타벅스 할리스 커피빈 등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올해 들어 관련 문구를 붙이고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해왔다. 이날 찾은 바나프레소의 경우 "매장(홀) 이용 시 다회용 컵으로 변경 제공 예정", "플라스틱 빨대는 컵 뚜껑으로 변경하거나 종이 빨대로 대체 제공 예정"이라는 새로운 안내문구가 나붙었다.
던킨, 메가 커피는 이날부터 매장 내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한 던킨 직원은 "일회용품 지침에 따라 미리 종이 빨대를 구비해뒀고, 오늘부터 내부 취식 고객만 종이 빨대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소재 한 메가 커피 매장에선 시범적으로 구비해둔 매장 커피음료용 종이 빨대가 동이 나기도 했다. 해당 매장 직원은 "플라스틱 빨대는 매장 외부 키오스크에만 구비했다"며 "매장에서 취식하는 고객에게는 종이 빨대를 제공한다"고 했다.
카페에 딸린 테라스에서의 일회용품 금지도 안 되는 건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장 내부보다 테라스 규모가 큰 카페를 운영하는 F씨는 "테라스도 테이크아웃 컵 제공이 안 되는지 몰랐다. 테라스에서도 일회용 취식이 불가능하다는 문구를 써붙일 건데 손님들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G씨는 "테라스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이 안 되면 불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현재 현장 혼란 방지 및 자율 참여 독려를 위해 계도기간 1년간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달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맞지만 각 매장이 더 준비하고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고자 1년 계도를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캠페인에 참여한 매장은 일회용품 규제 관련 고객들 대상 안내 문구와 포스터를 내려받아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24일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규제'로 편의점에서는 비닐봉지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이날은 한국 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오후 10시에 열려 편의점을 찾는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손님과의 실랑이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에서 만난 대학생 A씨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월드컵을 보러갈 건데 맥주 무게에 종이봉투가 찢어질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 직원은 "종이봉투는 맥주 두 묶음만 담아도 찢어지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손님들도 있다. 봉투 대신 양손 가득 끌어안고 가시는 분들도 있더라"면서 "오늘밤 (축구 경기가 시작되면) 손님들이 더 몰릴 텐데 벌써 아찔하다"고 걱정했다.
"종이봉투를?"…봉투 사기 꺼리는 소비자들
이날 찾은 서울시내 여러 편의점에서는 이미 일회용 봉투 재고가 다 나가 일회용품 규제 시행에 맞춰 종이봉투나 친환경 봉투 등을 제공하는 곳이 많았다.편의점 세븐일레븐 직원은 "현재 일회용 봉투 재고가 다 소진돼 친환경 종이봉투 위주로 제공하고 있다"며 "봉투값이 100~250원으로 오르다 보니 '왜 이리 비싸졌냐'고 말씀하시는 손님들이 여럿"이라고 전했다.
한 CU 편의점 점주는 "오늘부터 규제에 따라 종이봉투를 제공하고 있는데 확실히 비닐봉지보다 구매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아예 다회용 쇼핑백을 구매해가시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마트24 직원은 "이미 지난주부터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를 제공하고 있는데, 원래대로 비닐봉투를 달라고 언성을 높이는 어르신들을 설득하는 게 일"이라고 털어놨다.
일회용품 규제는 이날부터 시행되지만 1년간의 계도기간이 주어진 탓에 여전히 일회용 봉투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한 편의점 직원 A씨는 "아직 유예 기간으로 안다. 일회용 봉투가 다 소진되면 그때부터 다른 봉투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친환경 봉투를 제공하면) 값도 비싸고 담을 수 있는 용량도 작다는 뒷말들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모 씨(28)는 "편의점을 방문할 때마다 종이봉투를 구매하는 것도 부담이다. 앞으로는 마트에서 장 보는 것처럼 장바구니를 챙겨다녀야겠다"고 했다.
"커피 젓는 스틱도 안 된다고?" 카페도 혼선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을 포함해 종이컵 및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등 일회용품 규제를 체감하는 또 다른 곳은 카페다.하지만 이날 오전 출근시간대에 둘러본 일선 카페들은 제도 시행 준비기간과 유예 방식 등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다는 평이 많았다. 개인 카페 사장 B씨는 "뜨거운 음료를 젓는 스틱(막대)까지 금지 대상인지는 몰랐다"고 귀띔했다.
일부 손님들은 "잠깐 마시다가 일어날 건데 무조건 일회용 컵은 안 되는 거냐"면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소규모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출근시간대나 점심시간대에는 잠깐 앉아있다 테이크아웃 하는 손님이 많아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품을 제공해왔다"면서 "혼자 커피 내리고 손님들 응대도 해야 하는데 일일이 설명하려면 번거로울 것 같다"고 했다. 개인 카페 점주 D씨도 "일회용 컵 달라는 단골 한 분 한 분에게 안 된다고 말씀드리려니 깐깐하다는 불만이 나올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제도가 시행되는지조차 몰랐다는 반응도 상당수였다. 테이크아웃 판매를 주로 하는 카페 점주 E씨는 "개인 카페는 프랜차이즈처럼 본사 공지가 내려오는 구조가 아니라 바뀌는 제도들을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제도가) 올해 계속 바뀌어 헷갈리는데 이번에도 테이크아웃 판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스타벅스 할리스 커피빈 등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올해 들어 관련 문구를 붙이고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해왔다. 이날 찾은 바나프레소의 경우 "매장(홀) 이용 시 다회용 컵으로 변경 제공 예정", "플라스틱 빨대는 컵 뚜껑으로 변경하거나 종이 빨대로 대체 제공 예정"이라는 새로운 안내문구가 나붙었다.
던킨, 메가 커피는 이날부터 매장 내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한 던킨 직원은 "일회용품 지침에 따라 미리 종이 빨대를 구비해뒀고, 오늘부터 내부 취식 고객만 종이 빨대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소재 한 메가 커피 매장에선 시범적으로 구비해둔 매장 커피음료용 종이 빨대가 동이 나기도 했다. 해당 매장 직원은 "플라스틱 빨대는 매장 외부 키오스크에만 구비했다"며 "매장에서 취식하는 고객에게는 종이 빨대를 제공한다"고 했다.
카페에 딸린 테라스에서의 일회용품 금지도 안 되는 건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장 내부보다 테라스 규모가 큰 카페를 운영하는 F씨는 "테라스도 테이크아웃 컵 제공이 안 되는지 몰랐다. 테라스에서도 일회용 취식이 불가능하다는 문구를 써붙일 건데 손님들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G씨는 "테라스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이 안 되면 불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현재 현장 혼란 방지 및 자율 참여 독려를 위해 계도기간 1년간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달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맞지만 각 매장이 더 준비하고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고자 1년 계도를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캠페인에 참여한 매장은 일회용품 규제 관련 고객들 대상 안내 문구와 포스터를 내려받아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