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 선물 거래를 도입하고 증권사를 통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친환경원료로 제품을 생산할 경우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등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제16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배출권거래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업계에서 건의한 78개 개선과제 등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배출권거래제의 원활한 운영과 산업의 저탄소화를 유도하는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에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배출권을 사전 할당하고, 이를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올해 11월 기준 69개 업종 733개 업체가 참여 중으로, 국내 온실가스 배충량의 70% 가량이 거래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배출권의 가격 변동 위험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선물 거래를 도입한다. 증권사를 통한 위탁거래도 허용해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시장 참여자의 범위도 중장기적으로 금융기관이나 개인 등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온실가스 감축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온실가스 배출 효율이 상위 10%인 최우수시설을 신·증설하는 경우 기존에 비해 더 많은 배출권을 할당한다. 바이오납사 등 저탄소 친환경 연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한다.

해외 온실가스 감축분을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국제감축' 절차도 간소화한다. 현재는 부분별 관장기관이 검토한 뒤 환경부와 협의하는 2단계 구조였던 것을 1단계로 통합해 소요시간을 단축해 기업 부담을 줄인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해 전체 설비의 연 20%를 대상으로 저감효율을 측정하던 것을 10%로 낮췄다. 연 5~10% 수준인 국제기준에 맞춘 것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론 온실가스 감축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10% 수준인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배출권을 발전 기업엔 100%, 비발전 산업 기업에는 70% 비율로 유상할당하고 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해야 하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맞춰 내년 3월까지 연도별, 부문별 감축 로드맵도 수립할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단기 과제는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연말까지 개선을 완료하고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업계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2023년 중 '배출권 거래제 고도화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