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역이 암흑에 휩싸였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포격해서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가 순항미사일 67발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51발을 격추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만 미사일 30발이 날아들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중 20발을 막아냈다.

러시아군의 이날 공격으로 키이우를 비롯해 북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남부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주민 중 최소 80%에 전기 또는 수도가 끊겼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 기업인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 여파로 원자력발전소 세 곳이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 누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인 최소 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겨울철로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전투력에서 밀리고 있는 러시아군이 ‘겨울 추위’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테러 행위로 수백만 명이 전기와 난방, 물 없이 지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러시아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이날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EU 의회는 결의안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고의로 공격하고 민간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국제 인권법 위반으로 테러 행위 및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4억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건을 포함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197억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게 됐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