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인수합병(M&A)의 경영권 거래는 일반적인 M&A와 계약 방식이 다르다. 일반적 M&A에서는 경영권을 인수하는 전략적 투자자(SI)가 기존 대주주 지분(구주)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들이고, 추가 자본 유치가 필요하면 재무적 투자자(FI)가 신주를 인수한다. 무자본 M&A에서는 반대다. 구주를 사들이는 건 투자조합이다. SI는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SI와 FI 모두 구주와 신주를 섞어서 인수하지만 우선순위가 그렇다는 뜻이다.

주객이 전도된 이유는 FI가 머니게임을 기획하고 SI를 끌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FI들은 왜 구주를 선호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구주는 보호예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모 방식으로 발행된 신주와 전환사채(CB)가 1년 동안 팔 수 없는 것과 대비된다. 구주 투자자인 투자조합은 M&A 과정에서 주가가 폭등하면 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더 확실한 수익을 FI들이 가져가는 셈이다. 물론 투자조합은 구주뿐 아니라 CB에도 투자해 1년이 지난 뒤 테마를 띄워 추가로 수익을 내기도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런 M&A 사례는 흔하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지난해 5월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 경영권 인수 계약을 할 때 구주를 가장 많이 인수한 건 메리골드투자조합, 아임홀딩스 등 투자회사들이었다. 이후 에디슨EV는 쌍용자동차 인수 기대로 급등했고 이들은 바로 차익을 실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최근 주가조작 사건에서 주식매입대금을 조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SI가 구주를 먼저 사들인 뒤 투자조합에 넘기는 경우도 많다. 하이드로리튬(옛 코리아에스이)이 그런 사례다. 리튬플러스는 지난달 21일 하이드로리튬 구주 일부(132만 주)를 리튬클럽사모투자펀드조합1호와 제이에이치투자조합1호에 넘겼다. 주당 양도가격은 리튬플러스가 9월 매입하기로 한 가격(5367원)보다 10원 높은 5377원이었다. 양도 당시 시가(1만300원)를 감안하면 약 100% 수익이 바로 보장된 셈이다. 24일 종가 2만93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이 투자조합의 수익률은 445%에 달한다.

무자본 M&A에서 모종의 역할이 클수록 보호예수 없는 구주를 많이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는 게 금융감독원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테마와 자금을 쥐고 있는 세력이 거래의 구조를 짜는 일이 많다 보니 경영권 양수도 구조가 꼬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