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췄다. 세계 경기 둔화 여파가 클 것으로 봤다. 물가 상승률은 3.6%로 예상했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상반기에 1.3%, 하반기에 2.1% 성장할 것으로 봤다. 연간 기준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인 2%를 밑도는 수치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1.8%)와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1.9%)보다 낮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6%를 유지했다.

부문별로 보면 상품 수출 증가율은 올해 3.4%에서 내년 0.7%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품 수입 증가율은 올해 5.8%에서 내년 0.4%로 증가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소비는 올해 4.7%에서 내년 2.7%로 둔화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올해 -2.0%에서 내년 -3.1%로 더 부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건설투자는 같은 기간 -2.4%에서 -0.2%로 감소 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자 수의 경우 올해는 방역 완화에 따른 대면서비스업 회복 등으로 82만 명 늘어나겠지만, 내년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9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흑자 규모가 지난해 883억달러에서 올해 250억달러로 크게 줄었다가 내년 280억달러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서 예상한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은 없다고 본 것이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6%로 소폭 내렸다. 내년 상반기에는 4.2%, 하반기에는 3.1%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물가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도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서는 건 2024년(2.5%)이나 돼야 할 것으로 봤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민간 소비는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금리 상승, 구매력 저하 등으로 속도는 차츰 완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