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한국중부발전 본사.  한국중부발전 제공
충남 보령시 한국중부발전 본사. 한국중부발전 제공
한국중부발전이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지연에 따른 추가비용 책임을 두고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와 벌인 분쟁에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 350억원을 더 내야하는 부담을 털어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은 LNG 복합화력발전소 시공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발주사인 중부발전을 상대로 “추가 공사비 350억원을 지급하라”며 신청한 중재에 대해 최근 “중부발전이 지급할 금액은 15억원”이라고 판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측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번 중재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주도에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공사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 비용을 중부발전에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중부발전은 2016년 5월 두산에너빌리티에 해당 공사를 맡겼다. 양사는 계약금액 약 680억원에 2018년 6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도급계약을 맺었다. 중부발전은 착공 예정일을 2016년 5월 30일, 발전소의 최초 화입일을 2018년 1월 15일로 정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생한 여러 변수로 실제 착공은 2016년 10월 1일, 최초 화입은 2018년 4월 5일 이뤄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과정에서 공사가 더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보다 장비와 인원을 대폭 늘려 건설현장에 투입하고 야간과 휴일에도 작업을 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중부발전이 책임져야할 이유로 각종 공정이 지연돼 이를 만회해야 했을뿐만 아니라 중부발전의 지시로 일부 설계도 변경하면서 더 많은 공사비가 들었다”면서 2018년 9월 추가비용을 청구하는 중재를 제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재 과정에서 △기초도면 제공 지연에 따른 착공 연기 △유휴부지 부족 △배관 자재 규격 불일치 및 공급 지연 △플랫폼 공급 지연 △배열회수보일러 제작 오류 △오일탱크 등의 기초도면 변경 △굴착 및 지반보강 공법 변경 등에 대한 책임이 중부발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비와 인력 확대와 휴일·야간작업이 없었다면 공사기간이 20개월가량 미뤄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중부발전은 “실제 착공 이후 화입까지 걸린 기간이 18개월인데 이는 당초 계약서에 적힌 기간과 동일하다”며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두산에너빌리티가 야간휴일작업까지 한 것은 자기 때문에 지연된 공정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고 봐야한다”고 반박했다.

이 회사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주장하는 20개월은 개별 공종의 지연기간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하다”며 “감정을 통해 공기영향분석을 한 결과 본사 책임으로 생긴 전체 공사 지연기간은 24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중재 판정부는 중부발전의 주장이 더 합당하다고 봤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공정별 지연으로 전체 공정이 얼마나 지체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내놓지 못한 반면 중부발전은 공기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어떤 개별 공종의 지연으로 전체 공사기간이 얼마나 지체됐는지를 상세히 밝혔다는 점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았다. 판정부는 중부발전이 책임져야 할 추가 공사비용 역시 이 회사가 제시한 방식에 따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정은 공사 지연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을 때 시공사가 지연 기간과 원인 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발주사로부터 해당 비용을 못 받아낼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 건설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건설업계에선 공사가 지연됐을 때 시공사가 평소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공사를 마무리한 뒤 추가 공사비 전액을 발주사에 청구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추가 공사비가 발주사 책임으로 발생했다는 근거가 명확해야 주장한 만큼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