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달러예금이 이달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팔고 남은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달러예금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예금은 원화예금보다 금리가 소폭 높다. 기록적인 ‘엔저(低)’에 일본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이 늘면서 환차익을 고려해 엔화예금에 넣는 예금주도 늘고 있다.

美 주식 매도·日여행 준비…달러·엔화예금 30%대 급증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은 741억1060만달러로 올해 초(559억8700만달러)보다 3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에 비해선 70억달러 이상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1300원대 중반까지 하락했지만 달러예금은 지난 7월 이후 계속 증가세다.

기존에 미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탓에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달러예금으로 투자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말 미국 주식 보관액은 593억9663만달러로 전달보다 10.8% 감소했다. 작년 말 대비로는 23.7% 쪼그라들었다.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달러예금에 넣는 건 달러예금이 원화예금보다 금리가 소폭 높아서다. 하나은행의 주력 정기예금인 ‘하나의정기예금’ 6개월 만기 금리는 연 4.7%로 외화 정기예금(연 4.92%)보다 0.22%포인트 낮다.

금리가 ‘0’인 엔화예금도 인기다. 엔화예금은 지난 18일 기준 7154억1200만엔(약 6조8178억원)으로 연초 대비 38.5% 증가했다. 이자가 없는데도 엔화예금이 늘어나는 건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예금주가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