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사진=한경DB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사진=한경DB
영풍그룹 관계사 영풍정밀 주가가 하루 만에 20% 넘게 급등했다. 고려아연 지분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기업으로 지목되면서다.

25일 영풍정밀은 20.08% 오른 1만5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 지분 경쟁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8월 이후 82% 올랐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차이가 3%포인트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정밀은 최씨 가문이 29.5%의 지분으로 이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장씨 일가는 22.1%를 갖고 있다. 다만 시가총액이 2500억원으로 크지 않고 소액주주 지분이 44.6%에 달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기 쉬운 구조다.

고려아연은 장씨 가문이 31%, 최씨 가문이 1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 LG화학 등 최 부회장 우호 지분을 포함하면 최씨 가문의 지분은 28%로 올라간다.

장씨 가문 입장에서 영풍정밀 주식을 매입하는 게 고려아연을 직접 사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씨 가문이 영풍정밀을 지배하려면 보유 지분을 8%포인트 늘려야 한다. 이날 종가 기준 약 200억원이 소요된다.

반면 고려아연 지분 1.49%를 직접 매입하려면 약 2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장씨 가문이 지분 경쟁에 나설 경우 영풍정밀부터 매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영풍그룹은 1949년 창업 이후 장씨 일가가 전자 계열, 최씨 일가가 비전자 계열을 경영해왔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지난 8월 최 부회장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한화가 고려아연 지분 6.88%를 확보하면서 계열 분리 전망이 처음 제기됐다.

두 가문이 지분 경쟁을 공식화한 적은 없다. 하지만 지분 경쟁설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6.48% 오른 65만7000원에 마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