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루게릭병과 싸우려 사이보그가 된 남자
우리는 한 번쯤 영원불멸의 삶을 상상해본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병에 걸리더라도 목숨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세계적 로봇공학자인 피터 스콧-모건은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에서 자신의 몸을 이용해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실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2017년 루게릭병(MND)을 진단받았다. 그는 이 병이 단 2년으로 정해놓은 삶의 시간도, 산송장이 돼 목숨을 연명하는 것도 거부했다. 자신의 몸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해 인류 최초의 사이보그 ‘피터 2.0’이 되기로 결심했다. 운명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장애와 질병, 죽음을 정복하고자 한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2년은 미래를 다시 쓰고 세상을 바꿀 시간이었다.

루게릭병 환자 대부분이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숨을 쉬지 못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으로 저자는 판단했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위, 결장, 방광에 관을 삽입하는 트리플 오스토미 수술을 하고, 침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후두 적출 수술을 받았다. 수명은 연장됐지만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잃자 에든버러의 한 음성 회사와 협업해 실제와 비슷한 합성 음성을 구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AI 기반의 3차원(3D) 아바타로 감정을 표현하는 등 사이보그로서 사람들과 소통한다.

저자는 실험 대상으로 삼은 자신의 몸을 통해 과학 기술이 인간의 삶과 죽음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인간은 자연의 규칙을 어디까지 깨뜨릴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던진다. 나아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다양한 선택지에서 진정으로 ‘번영’을 누릴 방법을 찾고자 한다. “우리가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점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절망과 공포를 느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세상의 규칙을 파괴하고 운명에 맞서십시오. 그렇게 하면 기적처럼 우주의 이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