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콘서트로 '세대 대통합'…신곡 '찰나'·'세렝게티처럼' 첫선
밴드 라이브로 23곡 열창…'원조 오빠' 팬 서비스도 일품 "미안하고 고마워"
조용필 "지난 4년이 40년 같아…신곡 낼 수 있는 게 행운"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게 행운입니다.

"
'가왕' 조용필(72)은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4년 만의 단독 콘서트에서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발표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번 공연은 조용필이 2018년 데뷔 50주년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여는 단독 콘서트다.

전국 투어가 아닌 'K팝의 성지'로 불리는 체조경기장에서만 4일에 걸쳐 열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조용필은 "(공연을 열지 못한) 지난 4년이 40년 같았다"며 "가수 생활 이후로 (공연 공백이) 가장 긴 시간 같았다"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자신의 히트곡 제목을 빗대 "여러분과 '추억 속의 재회'하는 느낌"이라며 "오랜만의 무대인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장 인근은 그를 보려는 남녀노소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팬들은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에 패딩과 코트로 중무장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조용필의 등장을 기다렸다.

관객들은 저마다 '땡큐 조용필'·'오빠'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장 한쪽에는 신곡 '찰나'의 가사를 인용해 '오빠와 함께한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결정적인 찰나!'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도 걸렸다.

무대가 암전되자 장내는 '오빠' 혹은 '조용필'이라고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윽고 조용필이 얼룩무늬 셔츠에 흰 정장을 입고 '트레이드 마크' 같은 선글라스를 쓴 채 등장하자 팬들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왕을 맞았다.

조용필은 스탠딩 마이크를 한 손으로 다부지게 붙잡고 오프닝곡 '꿈'을 열창했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음감과 특유의 쫀쫀한 보컬로 팬들을 마주했다.

팬들은 형형색색의 별 모양 야광봉을 들고 응원했고, 객석 위 일(一)자로 뻗은 긴 전광판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돋웠다.

조용필은 '단발머리', '그대를 사랑해', '추억 속의 재회', '물망초', '그대여' 같은 히트곡을 줄줄이 뽑아냈다.

팬들은 '단발머리' 가사 속 '그 소녀'로 돌아간 듯 '오빠'를 끊임없이 외쳤고, 조용필도 흥에 겨운 듯 "좋아!"라며 분위기를 만끽했다.

조용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에피소드도 들려주며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저는 한 번도 (코로나19에) 안 걸렸다"면서도 "(팬데믹 기간에) '확찐자'가 됐다.

살이 쪄서 3㎏이나 몸무게가 늘어 이마 주름살이 없어진 것 같다"고 농담도 건넸다.

조용필은 자신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반주에 맞춰 완벽에 가까운 라이브를 선보였다.

음 하나하나 허투루 놓치지 않고 단단하게 정성을 들였고, 고음을 낼 때는 어깨를 '으쓱' 들어 보이며 힘을 쏟았다.

'그대여' 무대에서는 직접 기타를 메고 기타·베이스와 협주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조용필 "지난 4년이 40년 같아…신곡 낼 수 있는 게 행운"
가왕은 일곱 번째 곡으로 지난 18일 발표한 9년 만의 신곡 '세렝게티처럼'을 골랐다.

무대 뒤 전광판에는 마치 은하수를 흩뿌려놓은 듯 별이 빼곡히 박히더니 이윽고 광활한 평원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조용필이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에 꿈을 던지고"라며 고음을 시원하게 쭉 뻗자 팬들은 박수갈채로 반응했다.

조용필은 이 노래를 부른 뒤 "좋아요?"라고 팬의 반응을 살피더니, "노래를 녹음할 때는 열심히 합니다만 반응이 좋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마지막에 발표하고서는 '에라 모르겠다'고 생각한다"고 고충도 털어놨다.

팬들은 이에 "(신곡이) 너무 좋아요"라고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용필은 '그 겨울의 찻집'·'Q'·'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같은 노래로 분위기를 차분하게 환기하더니, 이어 '여와 남'·'고추잠자리'·'자존심' 등의 히트곡으로 다시 장내를 달궜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못 찾겠다 꾀꼬리', '미지의 세계', '모나리자' 등 시대를 초월한 명곡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공연장의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장내를 채운 약 1만명의 팬들은 모두 일어나 팔이 떨어지도록 응원봉을 좌우로 흔들었고, 남성 팬들은 '형님!'이라고 적힌 피켓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방방' 뛰며 분위기를 즐기는 탓에 쿵쿵 울리는 진동이 전해져 올 정도였다.

조용필은 이날 의상 교체 시간도 없이 '찰나'와 '여행을 떠나요'까지 23곡을 내리 들려줬다.

9년 전 전국을 강타한 19집 수록곡 '헬로'(Hello)·'바운스'(Bounce)는 세트리스트에서 빠졌다.

조용필은 '원조 오빠부대'라는 명성에 걸맞게 팬 서비스도 가왕다웠다.

마지막 곡인 '여행을 떠나요' 이후 객석 좌, 우, 중앙을 바라보며 "감사합니다!"라고 무려 다섯 번이나 외쳤다.

지방 각지에서 올라온 팬을 의식해 "미안하고 고맙다"고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두 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영미(56)씨는 "조용필 노래의 힘은 음악에 대한 끊임 없는 사랑과 열정에서 나온다"며 "'킬리만자로의 표범'부터 이번 신곡에 이르기까지 자기 노래를 뛰어넘어 놀라움을 선사한다.

음악에 진정성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조용필 팬클럽 '이터널리' 회장 남상옥(55)씨는 "'오빠' 음악에는 언제나 진정성이 담겨 있어 감동한다"며 "이번 '세렝게티처럼'을 듣고 나이가 들었어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가사에 무척이나 공감했다.

그의 노래는 그 어떤 음악과도 비슷하지 않고 특색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