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행사 이어와...50회 맞아
정치 현안과는 거리두기
"국정조사 반대, 대통령실과 이야기한 것 아냐"
26일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장제원 비전하우스'에서 열린 '민원의 날' 행사에서 만난 한 지역구민은 기자가 "장제원 의원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편인가"라고 묻자 "(장 의원에게는) 진심이 느껴진다. 지역민들이 계속 찾아오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이같이 답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사상구를 찾아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7팀의 민원을 처리했다. 만난 민원인만 100여명에 이른다. 장 의원은 지난 4년여 동안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에 지역구민의 민원을 듣고 해결하는 '민원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로 행사는 50회째를 맞았다고 한다.
장 의원은 행사 내내 사상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여원산악회를 가고 넷째 주 토요일에는 민원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며 "지역 현장에서 듣는 모든 이야기가 의정활동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로 맞이한 민원인은 지역의 한 여자중학교 관계자들이었다. 누군가 훼손된 고양이 사체를 학교에 의도적으로 유기한 사건이 발생해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 장 의원은 그 자리에서 경찰 측에 전화를 걸어 "예비비를 사용해서 중학교에 CCTV를 설치하게끔 협조해달라"고 했다. 그는 "합리적인 내용의 민원이면 가급적 현장에서 바로 처리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무작정 '해결하겠습니다'라고 공수표를 날리지 않았다. 대신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절대 손 놓고 있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입구에 교육민원처리 현황을 표시해 해결된 민원과 해결이 불가능한 민원을 표시했다. 민원 총 120건 중 9건은 '불가' 의견으로 공개했다.
이날 사상구에 있는 유일한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의 학부모들은 민원 도중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사연은 이랬다. 해당 어린이집 운영자가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정황이 드러나 관련 법대로 어린이집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런데 다른 어린이집은 1시간 이상이 걸리는 먼 거리에 있어 이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것.
구청의 행정적 문제와 법적 문제가 부딪히면서 해결이 쉽지 않자 장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결정 장애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상구가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과 법적인 문제를 민원인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이 문을 닫게 되는) 2월말에 무책임하게 해산하라는 말은 절대 안하겠다"고 약속했다.
2시간 30여분 진행된 민원을 마치고 장 의원은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는 점심을 먹으면서도 사상구민에 대해 감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 의원은 "7년 전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지역민들이 뽑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장제원은 없다.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 사상구는 보수당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이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 때문에 사상구는 문 전 대통령의 상징성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장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20대 총선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장 의원은 "당시 5번 무소속으로 출마를 해 선거 운동을 하면서 번호 대신 이름을 꼭 보고 투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한 투표소에서 할머니가 비례대표 용지를 들고 나와 선관위원한테 항의했다고 한다. 지역구 투표는 장제원 이름을 보고 뽑았는데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당명이 있고) 장제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됐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날 장 의원은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다만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반대표를 던진 것에 대해서는 "소신이 반대이기 때문에 반대를 누른 것이다"며 "경찰 조사가 부실했을 때는 검찰 수사로, 검찰 수사가 부실하면 특검도 할 수 있다.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가) 지금 시기에 맞지 않다. 정치적으로 대통령실과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