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당 지방선거 참패…차이잉원, 주석직 사퇴 선언
차이잉원 대만 총통(사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이 참패하고, 친중 성향의 제1 야당인 국민당이 승리했다. 여당의 ‘반중 안보’ 카드가 민생 이슈에 묻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7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단체장을 뽑은 21개 현·시 가운데 국민당 후보는 13곳, 민진당 후보는 5곳에서 당선됐다. 민중당이 1곳, 무소속이 2곳을 차지했다.

국민당은 6개 직할시 중 타이베이,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등 4곳에서 승리했다. 수도 타이베이시 선거에서는 장제스 대만 초대 총통의 증손자인 장완안 후보가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졌던 위생복리부 장관 출신 천스중 민진당 후보를 이겼다. 43세인 장 후보는 역대 최연소 타이베이 시장 기록을 세웠다.

차이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진당은 직할시 중 타이난과 가오슝을 확보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 민진당이 참패한 2018년 11월 열린 직전 지방선거와 큰 차이가 없다. 당시에도 야당이었던 국민당은 22개 현·시장 자리 중 3분의 2에 달하는 15곳을 차지했다. 민진당은 6곳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전에서 차이 총통은 중국의 위협과 대만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차이 총통의 강력한 ‘친미반중’ 노선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만인의 주된 관심사가 외부 문제보다는 민생 경제와 코로나19 방역 등 내정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오춘산 대만 담강대 대륙연구소 명예교수는 “코로나19 기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대만 해협 이슈에 대한 우려를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차이 총통은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인의 결정을 존중한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민진당 주석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2024년 1월 치러질 차기 대만 총통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에 13석을 차지한 국민당과 차기 국민당 대선 후보를 꿈꾸는 주리룬 국민당 주석이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 관계에서 민진당에 비해 유화적인 국민당이 내세울 양안(중국과 대만) 정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