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멘트·레미콘 등 피해가 큰 업종에 대해 선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심의·의결되면 2004년 도입 후 첫 발동 사례가 된다. 일각에선 ‘사문화된 제도’라는 반발도 나오지만, 발동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14조는 ‘운수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구체적 이유와 대책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화물연대가 5월과 8월 두 차례 집단운송거부에 나서면서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운수종사자가 업무 복귀를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후 화물차운수사업법에 근거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은 없다. 다만 2020년 8월 전공의와 전임의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해 파업을 벌이자, 정부가 의료법을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적은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려면 누가 업무를 거부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확정이 필요하다”며 “법적인 요건을 엄격히 따져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르면 이번주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실무 준비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일단 시멘트·레미콘 등 피해가 큰 업종에 선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겁박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화물차주 대부분이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데 정부가 업무를 하라고 명령할 근거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운수사업자가 운송을 거부할 경우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화물차운수사업법에 명확히 규정된 만큼 파업자가 사업주라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28일 첫 교섭이 업무개시명령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한종/김은정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