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29일 이사회를 열고 본점의 부산 이전을 겨냥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중소중견금융부문과 그 산하에 있던 부산경남지역본부가 각각 지역성장부문, 동남권투자금융센터로 간판을 바꿔 단다. 중소중견금융부문 소속 해양산업금융본부에도 해양산업금융2실이 신설돼 ‘2실 체제’가 구축된다. 이에 따라 관련 인력은 기존 대비 100명 안팎 증원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강석훈 산은 회장이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그대로다. 강 회장은 당시 “산은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산업은행법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영업 조직을 확대해 지역 산업에 기여하는 방안을 가능한 한 빨리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노조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윤승 노조위원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강 회장은 ‘국회 설득부터 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도 무시한 채 동남권 개발을 핑계로 본점 꼼수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 회장이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려 한다면 노조는 사내·사외이사 전원을 배임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하고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 산은 이전을 이뤄내려면 법 개정이 필수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관련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끝내 무산됐다. 야당에서도 부산 출신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 통과에 찬성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통령 공약이기에 앞서 산은 이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경제적 논리가 빈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학자이자 국회의원 출신인 강 회장이 정작 국회 설득에는 무성의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서도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섣불리 훼손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 회장이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정교한 논리를 개발해 과거 동료였던 야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했다면 상황이 지금과는 크게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산은 측도 할 말은 있다. 부산 지역사회에선 산은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법 통과 이전에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은 부산 이전은 정치적으로 결정된 만큼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보는 작업이 충분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강 회장이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적임자라고 판단했던 건 무리한 기대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