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원자재 가격과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를 관장하는 산업부 장관이 한은 총재를 만난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와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나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장관은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미래를 위한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있고 자금 확보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성장, 물가, 금융 안정이라는 경제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당국이 함께 노력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이런 상황에 인식을 같이하며 경제부처 간 적극적인 소통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은 이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기업 현장의 어려운 상황을 전달하고 한은에 현장 목소리를 더 경청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번 만남을 두고 이 장관이 이 총재에게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달라고 에둘러 의견을 전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국내 기업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잔액 기준)은 72.7%로, 한은의 금리 인상에 따라 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의 ‘돈맥경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총재 역시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부작용과 관련, “원유 등 중간재 가격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장관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지난 24일) 끝난 데다 상호 소통 채널을 마련하자는 차원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조미현/이지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