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점령 러, 새 운영사 세우고 우크라 직원들에 이적 요구
"'러 투항 거부' 자포리자 원전 우크라 직원들, 출근 저지당해"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직원들 가운데 러시아 측과의 새로운 고용 계약 체결을 거부한 우크라 직원들이 출근을 저지당했다고 타스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포리자 원전을 접수한 러시아 원전운영사 '로스에네르고아톰' 사장 고문 레나트 카르차아는 이날 통신에 "새로운 고용주인 '자포리자원전운영사'와 계약하길 거부한 사람들의 출입증이 차단됐다"고 전했다.

자포리자원전운영사는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로스에네르고아톰 산하 회사다.

카르차아 고문은 "우크라이나 직원들 중 일부는 두려움 때문에 선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많은 직원이 가족들을 우크라이나군의 위협을 받는 드네프로강 서안(우크라이나군 점령지역)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드네프로강 동쪽의 자포리자주 도시 에네르호다르에 있다.

카르차아 고문은 "새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사람들 중 일부는 업무를 거부하고, 러시아와 러시아군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적대적 발언을 하고 직원들 사이에 파괴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고심하는 직원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아무런 압박도 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지난 3월부터 점령하고 있다.

시설 운영은 우크라이나 원전기업인 '국립원자력생산회사'(에네르고아톰) 직원들이 맡아왔다.

지난 8월부터 포격 피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현재 원자로 6기의 가동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는 앞서 9월 말 자포리자주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해 해당 지역들을 병합한다고 선언한 뒤 원전 시설에 대한 통제력도 강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자포리자 원전을 러시아 연방 자산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원전운영사 에네르고아톰이 보유했던 원전 운영권을 접수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러시아 원전사 로스에네르고아톰은 자포리자 원전을 통제할 '자포리자원전운영사'를 세우고 약 3천명의 우크라이나 직원들에게 이적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직원들은 러시아 원전운영사에 입사하지 않으면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되고, 러시아 회사로 적을 옮기면 나중에 자국에서 적과 내통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어 딜레마에 놓인 처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