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나에 2-3으로 석패했지만, 16강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꺾인 건 아니다. 곧이어 열린 같은 조 경기에서 포르투갈이 우루과이를 2-0으로 누르면서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출전국마다 두 차례의 경기를 마친 29일 기준으로 H조에선 포르투갈이 2승(승점 6)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가나가 1승1패(승점 3)로 2위에 올랐다. 한국과 우루과이는 나란히 1무1패(승점 1)다. 2위 가나(승점 3점, 1승1패, 골득실 0점, 득점 5점), 3위 한국(승점 1점, 1무1패, 골득실 -1점, 득점 2점), 4위 우루과이(승점 1점, 1무1패, 골득실 -2점, 득점 0점)가 마지막 한 장 남은 16강행 티켓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한국이 포르투갈 꺾고, 우루과이가 가나 이겨야 '16강 실낱희망'
한국이 16강에 오르려면 포르투갈전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지거나 비기면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할 것도 없이 바로 탈락이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에 승리하는 게 우리 입장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우루과이는 1승1무1패가 되고, 가나는 1승2패가 된다. 현재 한국이 우루과이보다 골 득실에서 1점 앞섰는데, 이 상태를 유지하면 조 2위를 차지한다. 반면 가나가 우루과이를 꺾으면 한국은 포르투갈을 누르더라도 16강에 오르지 못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앞선 경기에서 포르투갈이 우루과이와 가나를 압도하는 전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서 포르투갈은 빈틈없는 공격과 수비를 보였다. 루이스 수아레스를 앞세운 우루과이에 단 한 골도 허락하지 않고 2-0 승리를 거뒀다.

포르투갈은 16강행을 일찌감치 확정지었지만,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힘을 비축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조별리그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를 끝낸 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H조 2위 상대인 브라질은 16강 말고 그다음에 만나고 싶다”며 “선수들은 다음 경기에서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나는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없이 포르투갈전을 치러야 하는 것도 우리 대표팀에는 큰 부담이다. 벤투 감독은 가나전에서 코너킥 기회가 생겼는데도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분 것에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에 대한 벌칙이 ‘다음 경기 입장 불가’다. 벤투 감독은 경기장 내에는 물론 외부에서 무선 교신도 차단된다.

확연한 전력 차이에 벤투 감독의 부재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해외 베팅업체들도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끌어내리고 있다. 베팅업체 윌리엄 힐은 H조에서 포르투갈과 함께 16강에 오를 국가를 우루과이, 가나, 한국 순으로 예상했다. 우루과이가 16강에 진출하는 데 1달러를 걸면 1.83달러를 받는다. 가나는 2.25달러, 한국은 9달러를 되돌려 받는다. 배당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16강 진출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다른 베팅업체 래드브룩스의 배당률도 비슷하다.

포르투갈전에서는 세계 최고 공격수들의 한판 승부도 펼쳐질 예정이다. 손흥민(토트넘)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 나라의 ‘에이스’이자 주장 완장도 차고 있다. 손흥민은 호날두를 롤모델 삼아 ‘월드 클래스’로 성장했다. 손흥민의 별명 중 하나는 ‘손날두(손+호날두)’다.

벤투호의 운명이 결정될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은 다음달 3일 0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