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하와이로 시집간 세 신부 삶에 숨결주고 싶었죠"
“제가 쓴 소설 속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걸 보니 꼭 선물받은 느낌이에요.”

최근 개막한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동명 원작 소설을 쓴 이금이 작가(왼쪽)는 29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의 옆에는 뮤지컬 극본을 쓴 오미영 극작가가 함께했다.

1984년 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등단한 이 작가는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너도 하늘말나리야> 등을 쓴 국내 대표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다. 그가 쓴 청소년 소설 <유진과 유진>은 지난해 서울 대학로에서 뮤지컬로 제작돼 호평받았고, 올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의 소설이 뮤지컬로 재창조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작가는 “소설을 쓸 땐 독자가 보이지 않는데, 뮤지컬은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소설보다 뮤지컬의 주제가 압축적이고 강렬하게 묘사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해외로 떠난 동포들의 고단함과 여성 연대를 그렸다. 이 작가는 “미주 한인 100년사를 다룬 책을 읽다가 하와이에 시집가면서 양산과 꽃다발, 부채를 들고 찍은 어린 신부 세 명의 사진을 우연히 봤다”며 “이들의 삶에 숨결을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에 소설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극본은 소설의 기본 서사를 따르지만 남성 인물이 새로 추가되는 등 달라진 부분이 꽤 많다. 각색을 맡은 오 작가는 “원작의 모든 내용을 다루자니 제한된 공연 시간과 같은 한계에 부딪혔다”며 “소설을 딱 두 번 읽은 뒤 책을 덮고 세 소녀의 연대 위주로 이야기를 다시 짰다”고 말했다.

두 작가는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가 담긴 이야기지만 독자와 관객들이 작품을 슬프게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은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