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중국 정저우가 도시 전역에 내렸던 전면 봉쇄를 5일 만에 풀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극에 달한 데다 아이폰14 시리즈를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 공장의 개점휴업으로 애플의 탈중국에 가속도가 붙을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밤 광저우에서도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 참가자 색출 등 시위 탄압에 나서며 국제사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전망을 추가로 낮춰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저우 5일만 봉쇄 완화

30일 허난성 정저우시 당국은 일부 코로나19 고위험 구역을 제외한 지역의 봉쇄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4일 전면 봉쇄를 선언한 지 5일 만에 부분 봉쇄로 전환하고 주민들의 외출을 허용했다.

슈퍼와 미용실 등 영업시설들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었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도 재개됐다. 정저우 당국은 “점진적으로 일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지난 주말 중국 전역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열린 후 27일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들에 봉쇄 정책을 남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근 개점휴업 상태인 폭스콘 공장을 정상화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애플 협력업체인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은 전 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70%를 제조한다. 최신 모델인 아이폰14 시리즈는 80%를 담당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과 고강도 방역으로 지난달 근로자들이 집단 탈출했고, 이후 고용한 신규 인력 약 3만명도 대거 퇴사하며 사실상 생단이 중단됐다. CNBC에 따르면 폭스콘은 인력을 채우기 위해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현금 보너스를 즉시 주기로 했다.

애플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애플은 매출의 절반이 아이폰에서 나온다. 대만 TF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고가형 모델인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의 4분기 출하량이 7000만~7500만대로 시장 전망치(8000~8500만대)보다 20%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문사 로보글로벌리서치는 정저우 공장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확장하는 애플이 탈중국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IMF “中 경제성장률 낮출 수도”

30일 로이터통신은 29일 밤 중국 광저우에서 새로운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SNS)에는 광저우 주민들이 흰 방호복을 입은 시위 진압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올라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경찰이 시위대 가운데로 최루탄을 쏘는 모습, 경찰이 사람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연행해 가는 모습 등도 영상에 찍혔다.

중국 정부가 시위 참가자들을 검거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공안당국은 현장 채증사진 뿐 아니라 휴대폰과 메시지 앱, SNS 등을 추적해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중국 내 모든 사람들의 표현과 저항이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평화롭게 시위할 시민들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0으로 7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PMI가 50 이하면 경기 위축 국면에 있다는 의미다.

29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라고 경고했다. IMF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3.2%로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