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막가파식 불법으로 점철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린 ‘업무개시명령’을 단칼에 거부했다. 쇠구슬 테러 등 ‘준(準) 테러’를 자행하더니 급기야 화물운송사업법에 따른 적법 조치마저 ‘반헌법적’이라는 자의적 해석을 앞세워 무시하는 비상식적 행태다. 업무개시명령 조항이 도입된 지 18년이 지난 시점에 갑작스레 위헌법률이라며 못 지키겠다고 떼를 쓰니 황당할 뿐이다.

집단운송거부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일말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민노총은 ‘개인사업자의 영업 거부에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강제노역 명령을 내리느냐’며 반발했다. 언제나 ‘노동자’임을 강조해 놓고 이제 와 불리하다고 해서 ‘사업의 자유를 왜 막느냐’고 주장하니 카멜레온 같은 표변이다. ‘노동자성이 있는 자영업자’라는 특수성과 화물운송의 중대성을 고려한 입법을 부정하는 것은 법치 거부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운송거부 강요 역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및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위반 개연성이 높다. 주요 항만과 사업장 출입구를 봉쇄한 뒤 도로교통을 방해하거나 차량을 파손하는 것도 명백한 범죄다.

파업에 들어간 지 불과 1주일 지났건만 벌써 피해액이 1조3000억원에 이른다. 60만t의 출하 차질이 빚어진 철강업계 피해만 8000억원이다. 출하율이 추락하면서 하루 매출 손실이 석유화학업계 680억원, 시멘트업계 180억원으로 추정된다. 주유소 기름도 조만간 동날 판이다. 다음주부터 문을 닫는 공장이 속출할 경우 재가동에 수주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항만 마비로 수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배상 및 기업 신뢰도 하락은 계량조차 힘들다.

화물연대 파업이 노골적인 정치투쟁 양상을 보이는 점이 걱정을 더한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화물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선포했다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어제 열린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두 번째 협상이 성과 없이 40분 만에 결렬된 것도 예정된 수순일 뿐이다. 합의 직전이던 서울교통공사의 노사 협상이 민노총 지도부의 방문으로 단번에 결렬된 점 역시 ‘정권 흔들기’라는 의심을 키운다.

화물연대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운임제 영구화가 필수적이라고 강변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시범 실시 2년 동안 안전사고 예방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전 세계에 한국에만 있는 제도를 영구화하자는 건 부당한 특혜 요구다.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화물연대의 불법 투쟁을 옹호하면서 ‘불법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까지 어제 상임위에 단독 상정했다. 야당의 포퓰리즘 정치와 화물연대 파업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타협 없는 한판 승부의 각오를 더욱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