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멘트 운송 현장과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을 찾아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잇달아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전날 시멘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운송 기사에 대해 운송개시명령을 내린 가운데, 시멘트 외에 정유·철강·컨테이너 분야에 대해서도 언제든 추가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30일 서울의 한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현장조사에 직접 나선 뒤 기자들과 만나 "위기가 벌어진 이후 조치하면 늦는다"며 "(시멘트 외 다른 분야에서도) 위기 임박 단계가 진행됐다고 판단된다면 언제든지 주저 없이 추가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오늘(30일)이 지나면 정유, 철강, 컨테이너 부분에서 하루가 다르게 재고가 떨어지고 적재공간이 차면서 국가경제 전반의 위기 지수가 급속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전날 시멘트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효과로 물량이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충북 단양의 시멘트 공장인 성신양회·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에선 이날 오전 기준으로 평상시의 30∼40%까지 운송량이 회복됐고 60∼70% 회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이 법적으로는 개개인한테 명령이 수령이 돼야 하기 때문에 어제 낮부터 시작해 운송사 등을 거치며 오늘 오전에 상당수 전달되고 있다"며 "성신양회는 오전 11시쯤 차량 100대가 정상적으로 복귀를 시작하는 등 오늘이 지나면 빠른 속도로 운송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회피하는 화물차주들은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와 국토부가 파업 시작 후 두 번째로 대면한 것에 대해서도 원 장관은 '협상'이라는 용어가 맞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 장관은 "(안전운임제는) 국회의 입법 사안이고, 어떻게 보면 민원 요구 사안"이라며 "업무에 복귀하기 전에는 만날 필요가 없다는 데도 (화물연대 측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자체를 회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면담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 장관은 "집단운송거부를 계속해서 끌고 가기 위한 명분 쌓기용 형식적인 만남은 의미 없다"며 "이미 국회에서 어떤 기준과 절차를 갖고 논의해야 하는지 다 잡혀있다"고 밝혔다.

또 "화물연대 간부라는 이유로 운송거부를 선동하거나 행동으로 방해하는 경우, (집단운송거부가) 원만히 회복되더라도 끝까지 법에 의한 심판으로 처단하겠다"며 "법을 어기다가 금방 복귀하는 사람과 끝까지 저항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법과 정의, 형평성에 따라 다르게 대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찾아 레미콘 공급 중단에 따른 공사 차질 실태를 점검했다.

원 장관은 이날 입주예정자와 시공사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멘트의 경우 사일로(저장소)에 채울 수 있는 재고가 이틀치밖에 안되고, 개별 포장이 아닌 벌크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전용차량(BCT)을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품목"이라며 "일부 자신(화물연대)들의 뜻이 관철 안된다고 해서 집단 위력으로 생산의 한 고리를 끊어버리고, 독점적인 지위를 행사하는 분들에 대해 불가피하게 지금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이곳은 1만2천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가뜩이나 조합 내부 사정으로 공사가 지연됐는데 화물연대 운송 거부로 건설이 늦어진다고 하니 입주자 대표들도 가슴이 답답하고 고통이 그지없다고 한다"며 "이번 운송 거부 사태로 현장 근로자, 입주 예정자, 협력업체 등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사가 늦어질수록 금융이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입주민 등을 돕는 최대 과제가 시멘트와 레미콘 운송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모든 걸 걸고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