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매출 '블랙프라이데이'…최후 승자는 누구?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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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 쇼핑객 돌아왔지만..기대보다 적은 사람
온라인 쇼핑은 블랙프라이데이 하루만 91.2억달러..사상 최대 기록
사이버먼데이 매출도 113억달러로 사상 최대 경신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 할인판매점이 부각
온라인 쇼핑은 블랙프라이데이 하루만 91.2억달러..사상 최대 기록
사이버먼데이 매출도 113억달러로 사상 최대 경신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 할인판매점이 부각
미국의 연말 쇼핑 대목이 드디어 공식적으로 개막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24일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25일이 바로 블랙프라이데이였죠. 대부분 기업들이 이날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시하며 할인 판매에 나서죠. 기업들은 쌓여있는 재고를 처리하고, 소비자들은 평소 사려고 했던 물건들을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날입니다. 토요일 일요일을 지나 첫번째 월요일이 바로 ‘사이버먼데이’라고 부르는데,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서둘러 쇼핑을 하죠. 이게 12월 크리스마스까지 쭉 쇼핑 시즌으로 이어집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 첫 번째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은 대면 접촉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쇼핑이 불가능했죠. 아시다시피 미국은 이제 마스크도 거의 쓰지 않는 엔데믹 상황입니다. 오프라인 쇼핑이 얼마나 늘어났을지, 그럼 온라인 쇼핑은 줄었을지가 관전 포인트였구요. 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소비를 늘릴지 혹은 줄일지가 시장의 관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를 확인해보고자 지난 주말 여기 실리콘밸리의 중심 산호세의 대형 쇼핑몰에 한번 나가봤습니다. 쇼핑몰을 방문한 사람이 적지는 않지만 평소 주말 정도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명품 매장 앞에도 줄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길지 않았구요, 매장마다 파격적인 세일을 알리는 표시도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나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프라이데이가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덜 붐볐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소매업체들이 매출 증대와 정상화를 추구했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다가오고 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WSJ의 또다른 기사인데요 올해는 도어 버스터 딜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라는 제목입니다. 도어버스터는 오픈시간에 문을 부수고 뛰어들어갈 정도로 파격적인 할인 상품을 얘기하는 건데요. 이를 미끼상품으로 제시하고 들어온 소비자들의 다른 소비를 유도하는 거죠. 근데 올해는 그런 딜이 별로 없었다는 겁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 일부 지역에서 비가 내리면서 오프라인 매장과 쇼핑몰에 평소보다 적은 사람이 모였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인 블랙프라이데이 분위기는 쇼핑객들이 쇼핑몰로 돌아왔지만기대했던 것보다는 적었고, 파격적인 딜도 적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숫자를 한번 확인해볼까요? 미국 시간 28일 기준 현재까지 나온 숫자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소매업체의 웹사이트에서 판매를 추적하는 어도비 어낼리스틱스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 25일 하루동안 91억2000만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사상 최대치입니다. 89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2.3% 늘어난 수치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는 미국 상위 100개 인터넷 소매업체의 85%에서 확보한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전망을 내고 있습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지출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 실제로는 그래도 지갑을 연 소비자가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월별 물가가 10% 가까이 급등하고,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쓸건 썼다는 이야긴데요. 특히 오프라인에서는 그리 많아보이지 않았지만 온라인 쇼핑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올라갔던 2020년 온라인 쇼핑 매출은 90억300만달러로 크게 늘었고 작년에는 소폭 감소했으나 올해는 우려 속에서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겁니다.
품목별로는 전자제품이 10월 하루 평균 지출 대비 221% 증가했습니다. 장난감은 285%, 운동 장비는 21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기간 구매 행태에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Buy Now Pay Later 즉, BNPL, 선구매 후결제를 통한 결제가 크게 늘었습니다. 신용카드처럼 물건이나 서비스를 먼저 결제한 뒤 대금을 나중에 갚지만 일정 기간 동안은 이자가 붙지 않는 핀테크 서비스입니다. 지난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BNPL을 이용한 구매 건수는 78%, 금액 기준으로는 81% 급증했습니다. 실제 지출을 잠시 미뤄둔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의미죠.
또 온라인 주문도 스마트폰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전체 온라인 주문의 48%가 스마트폰에서 이뤄졌고 이는 전년 44%에서 4%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런가하면 추수감사절 24일 당일 온라인쇼핑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보다 2.9% 증가한 52억90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평균 20억~30억달러인 하루 온라인 지출에 비교하면 약 두 배가량 많은 수준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 이후에도 온라인 쇼핑은 계속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어도비 측의 전망입니다. 토요일인 26일엔 45억2000만달러, 일요일인 27일엔 49억9000만달러를 지출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사이버먼데이의 매출은 어떻게 내다봤을까요? 어도비는 28일의 온라인 쇼핑 매출을 112억~116억달러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보다 8.5% 늘어난 수치입니다. 작년에는 이른 재고관리를 위해 10월초부터 판촉행사를 하면서 작년 사이버먼데이 매출은 1.4% 감소했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113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이 증가세라는 데이터에서 눈여겨보셔야 할 것은 어떤 기업이 더 많이 팔았냐일겁니다. 아마존 등을 포함한 전자상거래업체는 당연하고 월마트, 타깃, 메이시스, 베스트바이 등 대표적인 오프라인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온라인 쇼핑 매출에는 이들 업체들의 매출도 다 포함된거죠.
아직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쇼핑 시즌에 누가 승자인지 월가와 유통업계의 전문가의 분석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쇼핑의 강자였던 아마존이 꺾이고 전통 소매업체인 월마트 등이 온라인에서도 부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할인소매업체가 우위를 점했다고 봤습니다. 특히 월마트를 가장 먼저 꼽았는데요. 온라인 쇼핑 수요를 잡기 위해 블랙프라이데이 딜을 4일 일찍 개시했고, 유료 회원인 월마트+ 회원들에게는 이보다 이틀 더 빠른 시점에 할인 상품들을 공개했습니다. 상당히 큰 폭의 할인을 준비했고, 트래픽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목표주가를 165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28일 종가 대비 7.5% 상승여력이 있는 수준입니다.
또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매장 전면에 TV와 가전제품 등을 전시했으며 의류, 가전제품, 식료품 매대에서 수요가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고객 방문이 건전하게 증가하고 있고, 회원 갱신률이 높다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605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28일 종가 대비 13% 상승 여력이 있는 금액입니다. 텔시어드바이저리그룹은 블랙프라이데이 주말의 쇼핑업계 승자는 할인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소비자들이 필수품과 가치있는 품목에 대한 원스톱 쇼핑을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빠른 주문 처리, 충분한 재고,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가격인하, 활발한 온라인 판촉 등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도이치방크도 할인점과 백화점 전반에서 괜찮은 추세가 나타났으며 전문 소매업체가 상대적인 승자였다고 밝혔습니다. 월마트, 배스&바디워크, 노스페이스, 올드네이비, 아메리칸이글, 룰루레몬 등을 꼽았습니다. 이들 소매업체의 상품 구비가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 수익성을 높였다는 분석입니다.
모건스탠리도 강한 트래픽이 나타난 기업으로 룰루레몬, 아메리칸이글, 애버크롬비앤드피치, 빅토리아시크릿을 꼽았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타깃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연말 쇼핑시즌 판매 부진을 예고했다가 이번에 판매 동향 등을 보고 업그레이드 한 겁니다. 내년 매출총이익이 회복할 기회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에 비해 온라인 쇼핑의 강자인 아마존은 잠잠한 분위기입니다. 지난 3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에 머무른 뒤 1만명 감원을 시작하면서 적극적인 비용절감에 나선 아마존이 최대 쇼핑시즌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CNN 기사를 보시면 아직도 아마존의 기기는 재고가 남아있다는 건데요 기대보다 부진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광고기술 업체인 캡티파이의 분석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블랙프라이데이 디스카운트’를 검색한 숫자를 검색한 결과 아마존은 작년 1위에서 올해 월마트, 타깃, 콜스 등에 이어 4위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마트의 검색 횟수가 386% 증가하며 1위로 오른 것에 비해 대조적이죠.
한편 블랙프라이데이에 오프라인 방문객 숫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습니다. 센서매틱솔루션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은 작년보다 2.9%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 수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거죠. 여기에 덧붙여 전미소매연맹(NRF)은 11~12월 매출이 작년보다 6~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이제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직접 매장을 찾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꼭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야만 큰 폭의 할인 제품을 살 수 있는 게 아니어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통의 소매점들은 땡쓰기빙데이 당일에는 매장을 열지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블랙프라이데이 빅딜’ 광고를 열심히 소비자들을 시선을 끌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를 참았다가 이렇게 블랙프라이데이 빅딜이 뜨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했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이번 쇼핑 시즌의 최종 성적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현재까지 데이터와 분석들을 토대로 어떤 기업이 기대 이상의 4분기 실적을 내놓을지 잘 판단하셔서 성공 투자하시길 기원합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