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무대 필요 없는 우리 탈춤…"함께 어우러질 때 더 빛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랜 연사 속에 저마다 특색…무거운 주제 다루면서도 '화해'로 마무리
관객 동조·야유 더한 '소통의 예술'…"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성 돋보여" "여보게 선비! 내가 이래도 사대부의 자손일세! 사대부 허허",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 에헴" (웃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른 '한국의 탈춤'에는 웃음이 깃들어 있다.
양반이나 선비를 일그러진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묘사하는가 하면 일부처첩(一夫妻妾), 파계승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룰 때는 짓궂은 농담이 따른다.
춤, 노래, 연극을 아우르며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것도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이다.
언제부터 탈춤이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탈춤이 지금의 모습을 완성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탈과 탈놀이, 탈춤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탈이나 탈춤은 원시 수렵과 어로 생활에서 동물 탈을 쓰고 위장해 사냥의 성과를 올리는 한편, 사냥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
삼국시대 문화에서도 탈춤의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
백제의 기악(伎樂), 신라의 처용무(處容舞) 등이 탈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악은 사찰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돼 오늘날 티베트 불교에서 포교적 성격으로 선보이는 탈춤과도 맞닿아 있다.
고려나 조선시대에도 탈춤은 각종 행사나 연희, 혹은 '산대'라 불리는 무대에서 맥을 이어왔다.
한국의 탈춤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면서 저마다의 특색을 뽐내왔다.
'○○ 탈춤'이라고 통일되지 않은 이름도 이를 증명한다.
국가무형문화재만 봐도 봉산탈춤과 강령탈춤, 은율탈춤은 '탈춤'을 쓰지만 통영오광대·고성오광대·가산오광대는 '오광대'(五廣大)를, 동래야류와 수영야류는 '야류'(野遊) 즉, '들놀음'이란 표현을 쓴다.
통영오광대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문둥탈, 풍자탈, 영노탈, 농창탈, 포수탈 등 5개 과장으로 구성되며 3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한다.
양반과 파계승의 풍자, 처와 첩의 문제 등 삶의 면면이 녹아있다.
매년 단오나 하짓날 밤에 펼쳐졌던 봉산탈춤은 흰색 털의 사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을의 수호신인 '성황(서낭)님'에게 마을의 평화와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별신굿과 함께 펼쳐 온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탈을 태우며 즐기는 이른바 '뒤풀이'가 없는 점이 독특하다.
신명 나는 한마당 속에 풍자와 해학을 녹인 부분은 우리 탈춤의 장점 중 하나다.
탈춤은 등장인물 성격을 과장해 재미를 자아내면서도 멋과 흥, 화해의 춤으로 마무리한다.
허용호 경주대 교수는 지난달 한국문화재재단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탈춤이 춤, 재담, 노래를 통해 전달하는 내용이 중세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대상과 주제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양반의 오만함, 종교인의 이중성, 서민 생활의 애환 등 무거운 내용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것이다.
다양한 현실과 삶을 녹아낸 점 역시 한국 탈춤만의 특징으로 여겨진다.
학계에서는 탈춤을 '살아 숨 쉬는' 공연으로 보기도 한다.
탈춤 공연은 무대가 중요하지 않다.
너른 야외 공간만 있다면 사람들과 어울려 한바탕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관객의 반응 또한 극의 중요한 요소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20년 대표목록 등재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우리나라의 탈춤은 관객의 동조나 야유 같은 능동적인 참여까지 포함돼야 완성되는 적극적인 소통의 예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부탄의 '드라메체의 북 연주를 동반한 탈춤'(2008년 등재), 일본의 '라이호신 : 가면을 쓰고 가장을 한 신의 내방의식(來訪儀式)'(2018년) 등 탈이나 가면을 활용한 공연 예술이 여럿 있지만 '한국의 탈춤'이 대표목록에 오른 것은 이런 특성이 고루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탈춤', '한국 춤의 정신은 무엇인가' 등을 펴낸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는 "우리 탈춤은 개인의 기량이나 예술적 우수성보다는 이웃과 함께하면서 '공동체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커뮤니티(공동체)의 성격,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게 탈춤"이라며 "이번에 대표목록에 등재됨으로써 동양 문화의 독특한 성격을 새로 부각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관객 동조·야유 더한 '소통의 예술'…"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성 돋보여" "여보게 선비! 내가 이래도 사대부의 자손일세! 사대부 허허",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 에헴" (웃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른 '한국의 탈춤'에는 웃음이 깃들어 있다.
양반이나 선비를 일그러진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묘사하는가 하면 일부처첩(一夫妻妾), 파계승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룰 때는 짓궂은 농담이 따른다.
춤, 노래, 연극을 아우르며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것도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이다.
언제부터 탈춤이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탈춤이 지금의 모습을 완성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탈과 탈놀이, 탈춤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탈이나 탈춤은 원시 수렵과 어로 생활에서 동물 탈을 쓰고 위장해 사냥의 성과를 올리는 한편, 사냥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
삼국시대 문화에서도 탈춤의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
백제의 기악(伎樂), 신라의 처용무(處容舞) 등이 탈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악은 사찰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돼 오늘날 티베트 불교에서 포교적 성격으로 선보이는 탈춤과도 맞닿아 있다.
고려나 조선시대에도 탈춤은 각종 행사나 연희, 혹은 '산대'라 불리는 무대에서 맥을 이어왔다.
한국의 탈춤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면서 저마다의 특색을 뽐내왔다.
'○○ 탈춤'이라고 통일되지 않은 이름도 이를 증명한다.
국가무형문화재만 봐도 봉산탈춤과 강령탈춤, 은율탈춤은 '탈춤'을 쓰지만 통영오광대·고성오광대·가산오광대는 '오광대'(五廣大)를, 동래야류와 수영야류는 '야류'(野遊) 즉, '들놀음'이란 표현을 쓴다.
통영오광대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문둥탈, 풍자탈, 영노탈, 농창탈, 포수탈 등 5개 과장으로 구성되며 3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한다.
양반과 파계승의 풍자, 처와 첩의 문제 등 삶의 면면이 녹아있다.
매년 단오나 하짓날 밤에 펼쳐졌던 봉산탈춤은 흰색 털의 사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을의 수호신인 '성황(서낭)님'에게 마을의 평화와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별신굿과 함께 펼쳐 온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탈을 태우며 즐기는 이른바 '뒤풀이'가 없는 점이 독특하다.
신명 나는 한마당 속에 풍자와 해학을 녹인 부분은 우리 탈춤의 장점 중 하나다.
탈춤은 등장인물 성격을 과장해 재미를 자아내면서도 멋과 흥, 화해의 춤으로 마무리한다.
허용호 경주대 교수는 지난달 한국문화재재단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탈춤이 춤, 재담, 노래를 통해 전달하는 내용이 중세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대상과 주제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양반의 오만함, 종교인의 이중성, 서민 생활의 애환 등 무거운 내용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것이다.
다양한 현실과 삶을 녹아낸 점 역시 한국 탈춤만의 특징으로 여겨진다.
학계에서는 탈춤을 '살아 숨 쉬는' 공연으로 보기도 한다.
탈춤 공연은 무대가 중요하지 않다.
너른 야외 공간만 있다면 사람들과 어울려 한바탕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관객의 반응 또한 극의 중요한 요소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20년 대표목록 등재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우리나라의 탈춤은 관객의 동조나 야유 같은 능동적인 참여까지 포함돼야 완성되는 적극적인 소통의 예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부탄의 '드라메체의 북 연주를 동반한 탈춤'(2008년 등재), 일본의 '라이호신 : 가면을 쓰고 가장을 한 신의 내방의식(來訪儀式)'(2018년) 등 탈이나 가면을 활용한 공연 예술이 여럿 있지만 '한국의 탈춤'이 대표목록에 오른 것은 이런 특성이 고루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탈춤', '한국 춤의 정신은 무엇인가' 등을 펴낸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는 "우리 탈춤은 개인의 기량이나 예술적 우수성보다는 이웃과 함께하면서 '공동체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커뮤니티(공동체)의 성격,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게 탈춤"이라며 "이번에 대표목록에 등재됨으로써 동양 문화의 독특한 성격을 새로 부각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