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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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설비투자 증가 폭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례적인 현상이다. 민간 소비와 함께 설비투자까지 증가한 덕에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을 피했다. 내년부터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 소비와 투자 모두 얼어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이는 앞서 10월27일 공개된 속보치와 같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20년 3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부문별로 보면 설비투자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 모두 늘면서 7.9%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1월(9.7%) 이후 최대치 성장이다. 지난 속보치 발표(5%)에서보다도 2.9%포인트나 확대됐다.

설비투자가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한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장비 투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은 올해 들어 수조원 단위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국내 조선사의 LNG 선박 수주가 늘어나면서 설비투자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업의 설비투자가 향후 추세적으로 증가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는 공급망 차질에 따라 지연된 투자가 뒤늦게 집행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지난해 3분기 설비투자가 역성장한 기저 효과도 있고 향후 반도체 수급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에 추세적 성장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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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는 1.7% 증가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오락 및 취미용품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속보치(1.9%)보다는 0.2%포인트 하향 수정됐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의 3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각각 0.7%포인트와 0.8%포인트로 분석됐다. 그만큼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데 뒷받침이 됐다는 뜻이다. 전체 내수의 기여도는 2.0%에 달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이 줄었으나 운송장비, 서비스 수출 등을 중심으로 1.1% 증가했다.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6.0% 늘어났다. 순수출(수출-수입)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1.8%포인트로 나타났다. 최근 무역수지가 적자를 이어가면서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 경제가 간신히 성장했지만,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은 전기 대비 0.7% 감소했다. 국민이 외국에서 번 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번 소득을 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4조4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 늘었지만, 교역조건이 악화하면서 실질 무역손익이 35조7000억원 손실로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총저축률은 전 분기보다 1.5%포인트 떨어진 32.7%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0%)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2.2%)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최 부장은 올해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2.6%) 달성 가능성에 대해 "4분기 소폭 마이너스 성장하더라도 연간 2.6% 성장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