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창업자 "난 사기친 적 없다"…부채 규모만 66조
미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전 CEO 샘 뱅크먼-프리드가 자신은 사기를 치려고 한 적이 없으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태로 힘든 한 달을 보내고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30일(현지시간) 샘 뱅크먼-프리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사기를 저지르려고 한 적이 없다”며 “이것(FTX)을 번창하는 사업으로 보았고 이번달 일어난 일에 충격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리스크에서 완벽하게 실패했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꽤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2일 코인데스크는 FTX 관계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를 입수해 재무건전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뱅크먼-프리드가 세운 트레이딩 회사이자 투자사다. FTX가 FTT를 발행하고, 이를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가 다시 사들여 보유하는 구조가 드러나며 논란을 키웠다. 또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 FTT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사업을 확장하거나 빌린 돈으로 다시 FTT를 사들여 시세를 올리는 등 여러 방법으로 몸집을 부풀려왔다는 사실도 보도됐다.
FTX 창업자 "난 사기친 적 없다"…부채 규모만 66조
이에 대해 뱅크먼-프리드는 “2022년 중반까지 알라메다가 다양한 대출의 모든 신용 한도를 상환했다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 서류에 따르면 알라메다는 여전히 블록파이에 6억 7천만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

또한 그는 “11월 6일까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일 알라메다 리서치가 상당한 FTT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코인데스크에 의해 밝혀진 후다. 그는 “알라메다는 그 시점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우리는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격이 알라메다에 한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FTX의 존폐여부 위기로까지 이어질지 몰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객의 자금에 어떻게 손을 댈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알라메다를 운영하지 않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들의 (FTT) 지분 크기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많은 것들이 내가 지난 한달간 (파산을 앞두고) 알게된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FTX의 파산신청은 가상자산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FTX가 법원에 제출한 파산신청서 등을 살펴보면 FTX와 계열사 130여개의 부채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에서 최대 500억달러(약 66조2000억원)로 추산된다.

채권자도 10만 명이 넘는다. FTX는 처음 파산신청 서류에서 확인됐던 현금보다 더 많은 14억 달러(1조9000억 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부는 상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상위 50명 채권자에 갚아야할 부채가 최소 31억 달러(4조2000억 원)에 달해 100만 명 피해자 전원을 구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김나영기자 nan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