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돋보기 | 만기매칭형 채권 ETF 집중분석
[마켓PRO] 만기매칭형 채권 ETF 뜯어보니…장점 많지만 손실가능성도
최근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만기매칭형 채권 상장지수펀드(ETF)가 잇따라 출시됐다. 금리 변동을 신경쓰지 않고도 채권의 높은 만기수익률을 누릴 수 있는 데다 여러 채권을 담는다는 점에서 분산투자까지 가능한 상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해당 상품의 구조 상 수익률이 일반 채권 기대수익률보단 낮을 수 있다는 점, 채권이 부도(디폴트) 날 경우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한경 마켓PRO가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장점과 손실가능성 등을 분석했다.

장점① 만기보유 전략 가능
단, 만기 전 팔면 금리 따라 손실 볼 수도

[마켓PRO] 만기매칭형 채권 ETF 뜯어보니…장점 많지만 손실가능성도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가장 큰 장점은 금리 변동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 채권 ETF의 경우 만기가 없다. 채권을 사고팔고 하지 않고 만기 때까지 갖고 있다가 정해진 수익을 받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채권 만기보유 전략이 불가능한 셈이다. 따라서 일반 채권형 ETF는 만기 수익보다는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하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시장 금리가 오를(내릴) 때 채권 가격이 하락(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매매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개인투자자가 시장 금리 전망을 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이긴 어려웠던 이유다.

반면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일정한 만기를 갖고 있고 만기가 도래하면 자동적으로 청산, 투자자에게 수익률을 돌려준다. 이 때 ETF의 수익은 보유한 채권에서 수취하는 이자를 일별로 쪼개서 매일 ETF 가격에 반영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팔지 않는다면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를 신경쓰지 않고 정해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만기보유 전략 가능). 다만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중간에 ETF를 판다면 다른 채권형 ETF처럼 금리변동에 따른 손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만기 이전에 금리가 올라 채권 가격이 하락했을 때 매도할 경우, 수취한 이자보다 채권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이 ETF는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게 마음 편하다.

장점② 소액으로 채권 분산투자 가능
단, 보유 채권 디폴트로 손실 우려도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채권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ETF는 만기를 설정해 두고 해당 만기와 '비슷한' 만기를 가진 채권을 여럿 담아둔다. 예를들어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 ETF'의 경우 한국수출입금융, 국민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 다양한 은행들의 채권을 고루 담고 있다. 일반투자자의 채권 투자 진입장벽이 그간 높았던 만큼, ETF를 통해 손쉬운 채권 분산투자가 가능하게 된 것이 장점이다.

다만 여러 채권을 한꺼번에 담는다는 점에서 개별 채권 부도(디폴트) 우려 역시 주의해야 한다.담고있는 채권 중 한 채권이 부도 위험에 빠지면 큰 손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나빠져서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ETF 가격도 크게 떨어진다"며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통상 연 5% 가량의 수익을 가정하고 투자하는데 디폴트 우려로 10% 손해가 나면 투자 의미가 없어진다"고 짚었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보유종목은 해당 운용사 홈페이지나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켓PRO] 만기매칭형 채권 ETF 뜯어보니…장점 많지만 손실가능성도

주의점① 만기 도래할 수록 수익률은 낮아진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만기보유 수익률은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연간 예상수익률(YTM)을 확인하면 된다. 이 수익률은 매일 새롭게 반영되기 때문에 매수 하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만 ETF 만기가 도래하기 1~2달 전에 이 상품을 매수할 경우엔 표시된 YTM보다 더 낮은 수익을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마켓PRO] 만기매칭형 채권 ETF 뜯어보니…장점 많지만 손실가능성도
이유는 이렇다. 예를들어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 ETF(위 표)'의 경우 2024년 10월 11일이 만기다. 그러나 담고있는 한국전력 채권(2024년 11월 17일 만기)이나 KT 채권(2024년 9월 2일), 우리카드 채권(2024년 10월 11일) 등의 만기는 다 제각각이다. 이 중 한국전력 채권의 경우 ETF 만기보다 한 달 더 만기가 길다. 운용사는 해당 채권의 만기 보유 수익을 포기하고 일단 매도해 현금을 확보해야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낮은 가격에 매도할 경우 그만큼 ETF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얘기다.

반대로 ETF 만기 시점보다 한 달 더 빨리 만기가 도래하는 KT 채권을 보자. 이 경우엔 한 달 일찍 만기수익을 얻게 되는데 운용사 입장에선 마냥 현금으로 둘 순 없으니 MMF 등 초단기 상품에 투자하게 된다. 초단기 상품의 수익률이 낮다 보니 ETF 수익률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YTM 계산에 고려되지 않는다. 만기 직전에 ETF를 샀을 때 표시된 YTM보다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는 이유다.

주의점② ETF 내 현금비중 확대로 기대수익률 낮아질 수도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운용사 입장에서도 채권을 구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ETF 만기를 5개월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큰 자금이 유입됐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운용사는 만기에 맞는 채권을 새로 사들여야 하지만 1년 미만 만기의 채권을 시장에서 구하긴 쉽지 않다. 결국 현금으로 두거나 MMF 등 초단기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현금이나 MMF 비중이 높아질 수록 ETF의 수익률은 낮아진다.

이미 만기매칭형 ETF의 현금비중은 높은 편이다. 매수해야 할 채권 만기가 ETF 만기랑 비슷해야 하다 보니 살 수 있는 채권이 제한적인 탓이다. 실제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 ETF'만 보더라도 현금 비중이 9.65%에 달한다. 일반 펀드의 현금비중이 통상 5% 내외로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