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사 계약률 높이기 고육책
천안 오피스텔 '블라인드 청약'
사전의향서 제출해야 현장 공개
계약 의사 없는 청약자 모집해
좋은 동·호수 수수료 주고 전매
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H오피스텔은 인터넷 홍보를 통해 ‘블라인드 청약’을 시행하고 있다. 블라인드 청약이란 실제로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는 참여자들이 지역, 단지와 관계없이 청약을 넣는 방식이다. 사전의향서 제출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한 뒤 청약일 3~4일 전에 단지명을 밝힌다. 당첨되면 분양업체가 해당 동·호수를 실제 매수 희망자에게 제안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당첨자에게는 매칭비가 지급된다. 선호도가 높은 동·호수일수록 매칭될 가능성이 크다.
블라인드 청약은 주로 주택 시장 불황기에 나타나는 ‘분양 꼼수’다.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신규 분양 단지의 계약률이 크게 떨어지자 분양업체들이 계약 성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실제로 매수 의향이 있는 수요자에게 좋은 동·호수를 제안해 계약을 유도하는데, 소위 ‘(동·호수를) 찍어준다’는 말로 통한다. 주로 전매가 가능한 비규제지역 오피스텔 위주로 성행한다. 지난해까지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았던 오피스텔은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아 분양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오피스텔은 미계약분을 좀처럼 소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통상 계약을 성사시키면 분양업체 영업 사원들에게 수수료가 지급되는데, 이 수수료를 당첨자와 나누면서까지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할 만큼 절실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매수 의사가 없는 참여자로선 블라인드 청약은 잃을 것 없는 용돈벌이 수단이다. 청약금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는 데다 오피스텔 청약은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 부담 없이 여러 단지에서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약금은 청약이 종료되면 당첨 여부와 관련 없이 돌려받는다. 실제 매수자가 계약금부터 직접 지급하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 참여자 스스로 큰 자금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양 중인 오피스텔은 수년 전부터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부동산PF 자금 경색으로 대출이 어려워지자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계약률을 끌어올리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